"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시작은 막차였다.”
2021년 여름, 나는 당시 사랑했던 그와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일본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보러 작은 영화관을 갔다. 영화를 짧게 리뷰해 보자면, 우연한 만남으로 연인이 된 두 남녀가 오랜 기간의 연애 끝에 처음 연애를 시작했던 곳에서 그때와는 다른 두 사람의 모습으로 이별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흔한 연인들의 만남부터 헤어짐의 과정을 주변 사람 이야기처럼 보여준 영화다. 그리고, 2023년 1월 날씨와 어울리는 지금 그 영화를 혼자 다시 찾아봤다.
난 영화를 본 후 그 많은 비유 대상 중에 왜 그들의 사랑을 ‘꽃다발’에 비유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문득, 당시 같이 영화를 보았던 그가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났다.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내게 꽃을 선물해 주던 사람이었다. 꽃선물을 굉장히 좋아했던 터라. 지금 생각해 보면 좀 피곤한 여자였던 것 같다 내가.
아무튼. 그와 1년 정도 만남을 가졌을 당시 내 방에는 그와 연애하고 처음으로 받았던 자나장미 꽃다발과 받은 지 얼마 안 된 해바라기 한 송이가 남아 있었다. 해바라기는 일주일 정도의 생명력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금세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사랑, 사람이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이었다. 종종 그가 내 옆에 없는 날이 올 것을 걱정하며 괴로워하곤 했다. 관계의 변질에 대한 불안함이 나를 크게 눌렀던 어느 날, 나는 그에게 사랑이 변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토하며 괴로워했다. 확인받으려 애썼다 그의 변하지 않은 마음을.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연애 초의 화려했던 우리의 사랑은 지금도 은은하게 남아 있다고. 하지만 가끔 그 은은함으로 부족할 때 화려한 새 꽃다발로 다시 ‘사랑’을 밝혀 줄 거라고. 그 화려함이 시들어도 속상해하지 말라고. 은은하게 항상 곁에 있을 테니. 우리가 볼 것은 처음에 활짝 피고 금세 시들어가는 해바라기가 아니라, 작고 은은하게 피어서 말랐을 때 더 예쁜 저 자나장미다. 이 방에 남을 꽃은 저 자나장미라고."
‘꽃다발’에 비유해 다시 한번 사랑을 알려준 그가 생각나는 영화다. 하지만, 영원한 꽃다발은 없기에. 예쁘게 말랐던 자나장미를 만져보니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그 예쁜 모습이 익숙해서 만졌을 뿐인데.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떨어지는 상태가 되었다. 겉은 예쁜 모습 그대로였지만 속은 어느새 많이 말랐나 보다. 그렇게 예쁘게 마르던 꽃다발도 결국 내 방에서 사라졌다.
아무튼 나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자나장미의 꽃말 : 영원한 사랑, 끝없는 사랑, 행복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