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For. lovers who hesitate.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쓱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순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 거야.｣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잔나비 -
For. lovers who hesitate.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에게(For lovers who hesitate)’는 내가 글을 쓸 때 자주 듣곤 하는 잔잔한 노래다. 여느 때와 같이 카페에서 글을 쓰려 노트북을 켜고 자연스럽게 틀어지는 인디 플레이리스트를 듣던 중 이 노래가 나왔다. 다른 노래들과 비슷한 가사 길이의 노래이지만 나에겐 유독 짧게 느껴지는 노래이다.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비한 노래이기 때문.
듣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다. 나는 누군가의 연인일 때 무엇을 ‘주저’했던가. 나의 연인은 무엇을 ‘주저’했을까. 혹은 하고 있을까. ‘주저하다.’라는 동사는 대게 부정적으로 비친다. 무언가를 하기에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는 뜻이기에. 연인 사이에 꺼림칙한 대화 주제가 될 수도 있지만, 더 깊은 사랑을 나누는 걸 주저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주제가 아닐까.
먼저, 그와의 만남에 있어 내가 무언가 주저하게 될 때는 언제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연인과의 관계가 아닌 다른 상황 속의 나는 보통 나의 이기심이 드러나는 상황일 때 주저한다. 누군가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해야 하며 ‘눈치’를 볼 때. 어떠한 해결책을 생각해 내더라도 쉽게 내뱉고 결정하지 못해 ‘주저’하는 듯하다.
내가 그 누군가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는 이유는? 눈치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 사람이 ‘신경’ 쓰일 때, 이미 나의 신경 범위에 들어와 있는 그 사람과 관련된 상황일 때 발현한다. 즉, 내 이미지에 문제를 심어줄 때 말이다.
그렇다면 내 연인에게도 내 이미지 때문에 ‘눈치’ 때문에 주저했던 게 있던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더 큰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기심에서 발현된 셀프 보호본능이 아닐까. ‘나’ 자신을 보호하고자 ‘주저’하게 되는 것들.
자잘한 싸움 속에 조금 더 참는다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할 말은 산더미처럼 가득하지만 더 큰 싸움의 꼬리가 될까 ‘주저’하게 된다. 더 큰 싸움이 됐을 때 그가 굽혀주지 않으면 또 나의 눈물 엔딩으로 싸움이 끝이 날까 봐. 그의 행동거지 하나가 나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불편함을 표정과 행동이 아닌 말로 표현하는 것을 주저한다. 그가 나 때문에 더 불편해서 내 옆에 있길 그만둘까 봐. 그리고, 더 큰 사랑을 표현하고 주고 싶지만 주저하게 된다. 질릴까 봐.
아무래도 이런 나 때문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에 속마음을 제발 말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점차 주저하게 될 것이고. 말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나의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낸 불편함을 알아챈 그는 모든 행동을 곧 주저하게 될 것이며. 사랑을 쉽게 표현해주지 않는 나를 본 그는 곧 나를 향한 그 사랑마저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연애를 하면서 이것저것 주저하다 보니. 나중에는 결국 연애 자체를 ‘주저’하게 되더라. 그러니, 우리 주저하지 말고 그때그때 함께 이야기 나누자.
이제 그만 주저하고, 같이 맞춰가자.
From. A lover who hesit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