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융 Nov 13. 2016

파리 테러 1주년

이번 주는 역사적인 일이 너무 많은 주여서 현기증이 난다. 

11월 8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ㅎㅎ)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고 (프랑스는 공휴일이다), 

11월 12일은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발발했으며 (파리에서도 800명이 모였다.)

11월 13일은 파리 테러 1주년이다. 


1년 전 오늘, 

나는 다행스럽게도 감기 기운이 있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일찍 귀가를 하였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엔 말 그래도 멍 했는데 한국에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카톡 때문에 정신을 차렸었다.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치솟는 사망자수를 연신 확인하며 혹시 내방 창문에도 총알이 박히진 않을까 두려워하며 잠을 청했었다. 

나는 무사하였다. 

하지만 나와 같이 있던 친구들은 집이 테러 현장 바로 옆이어서 밤새 총성을 듣고 공포에 떨었으며, 우리 학교 재학생 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또한, 반 친구 남자 친구의 동생도 한 달간 의식불명이었던 등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던 참사였다. 

그 다음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떨치지 못해 가까운 친구와 성당에 갔었는데 정말 거리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유령도시 같은 서늘함을 느꼈다. 이후 학교에서는 정오에 묵념을 하고, 모든 시설들이 출입구 보안을 강화하였으며 거리에선 흔하게 군인을 마주치게 되었다. 

모두가 애도의 기간을 가진 후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는데, 내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소프트 타겟을 노린 테러의 성질로 테라스에서 식사하던 시민,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던 시민,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시민들이 희생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 사람들은 테라스에 앉기를 고집했다는 것이다. 테러세력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두려움이라며 그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 그래서 나는 과연 저항정신이 핏속에 흐르는 프랑스인이라 해주었다.

지난 1년간 모든 상업시설, 공공시설의 보안은 엄격해졌으며 여전히 무장군인들은 많이 보였고, 여전히 테라스도 붐볐다. 또한 추모의 꽃들도 끊이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잇따른 3번의 테러로 이제는 해탈한 것 같아 보이기 까지 한다. 1년 전 참혹한 테러가 일어났던 파리 바타클랑 극장은 어제 '스팅'의 공연으로 재개장을 하였다. 나 역시 추모 공연을 관람하러 갈 예정이다. 


공연/관광업에 종사하다 보니 테러로 인한 여파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파리의 관광업은 올 6월의 유로컵으로 활기를 좀 찾는가 싶더니 사상 최악의 홍수와 7월에 발생한 니스 테러로 다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15년 8,450만 명이 프랑스를 방문했으며 올해에도 파리는 전 세계 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라는 타이틀은 겨우 유지했지만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1년간 파리지역만 200만 명의 관광객이 급감했으며 주요 관광지의 방문도 20~30% 줄었다. 특히 보안에 민감한 아시아 관광객들의 방문이 급감했는데, 일본인은 무려 39%가 감소하고 중국인도 23%가 감소하였으며 한국인도 20%가량 줄었다. 이러한 아시아인들의 감소로 가장 타격받은 곳은 명품업계인데 일례로 파리 근교의 아웃렛 라발레의 경우는 매출 1위가 중국인이고 2위가 한국인이었이며 매출 회복을 위해 한국인 대상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중이다. (중동 포함 아시아 관광객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7%에 불과 하단 걸 생각해 봤을 때 사실 놀랍다.) 또한 프랑스 정부차원에서도 관광객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10월 말에 발표하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아 관광객의 감소의 주원인은 테러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어제 본 흥미로운 토론프로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 파리 관광업의 현상황을 분석하였는데, 파리는 테러 이전에도 이미 일상적 보안에 빨간불이 켜져 있었으며 특히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고 알려진 아시아 관광객들은 이러한 소매치기의 타겟 1순위이기 십상이었다. 길거리,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고속도로 구간에서도 차량 유리창을 깨고 가방을 훔쳐가는 강도가 성행하였다. 허나 중국 정부의 숱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테러 이전까지는 관광객 보호를 위한 정책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요청이나 했을까 싶다만)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테러가 1년 가까이 지난 이제야 관광객 안심을 위한 보안 강화(CCTV 설치 및 보안 인원 증원)에 4,300만 유로 (약 546억 원)를 투자하겠다 발표하였다. 그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면 좋겠으나 월초 완료된 칼레 지역의 난민촌 철거로 1,500명의 난민이 갈 곳을 잃고 매일 파리에 100명씩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니 차라리 그들을 위한 주거시설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옳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프랑스의 무슬림포비아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실제로 근교의 한 식당에서는 무슬림들에게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쫓아내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내년의 파리는 더 나아지길 바란다.


(출처: Le Monde, Libération, Les echos 등)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지앵이 누구보다 빨라지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