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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Jan 23. 2017

라라랜드와 파리신드롬

연이은 테러 이후 관광객이 급감한 파리는 그중에서도 충격적이게 감소한 아시아 관광객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중이다. 하지만 최대 40% 이상 감소한 아시아 관광객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관객의 절반인 우리 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해외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시선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매주 외신 MI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사를 시작한 지난여름 이후 그다지 좋은 기사는 나오고 있지 않다. 테러 말고도 킴 카다시안 강도, 관광객 절도 등 숱한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구정은 원래 아시아 관광객들이 몰리는 골든위크였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2015년 1위 방문지였던 파리는 올해 5위로 밀려났고, 2015년에 5위였던 스페인이 올해 1위가 되었다. 

원체도 악명이 높았는데 거기에 테러까지 연이어 터지니 더 이상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 인을 타깃으로 한 범죄들도 늘어나면서 더욱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던 와중 ‘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파리에 와본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고 경험해 봤을 것들이 ‘정신의학 용어’로 정립되어 있어 상당히 놀라웠다. 

파리 증후군이란, 미디어로 접한 파리에 대한 환상과 방문해서 겪은 파리의 실체와의 괴리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져 우울증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가리키는 정신의학 용어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3명의 환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파리에 와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파리와 실제로 방문하는 파리는 천지 차이이다. 많은 이들이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나 오드리 또뚜가 나오는 ‘아멜리에(심지어 동명의 노래까지 만들어진)’ 와 같은 영화를 본 후 파리를 동경하게 될테고, 여러 여행 매체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파리의 화보같은 풍경을 보고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생각할 것이다. 최근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라라랜드’도 마찬가지이다. 극 중 인물들의 달콤한 삶의 배경이 되는 아름답고 슬픈 도시로 나온 파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로맨스를 완성시키기에 충분해보였다. (영화를 보고 센느강에 뛰어들고 싶어 진 분들은 없기를)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 장면. 
'미드 나잇 인 파리'
'라라랜드' 중 센느 강을 표현한 장면


'아멜리에' 중 
그리고... '파리의 연인' :)



물론 파리는 참으로 예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진짜 파리와의 갭이 좀 클 뿐. 

‘진짜’ 파리라는 경계도 사실 애매하긴 한데 공항에서 개인 리무진 타고 들어와서 중심가의 호텔에 묵으며 전 일정을 자가용으로만 이동한다면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다수의, 특히 젊은 자유여행객들은 공항에서 RER B선을 타고 시내로 올 것이고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것이며 한두 끼 정도는 맥도널드에서 먹을 것이다. 그 경우 필연적으로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날 것의 파리를 만나게 된다. RER에서부터 '어서 와, 파리는 처음이지?'의 포스가 확 풍길 것이다. 


파리 Château Rouge 역의 풍경.  


미디어들이 파리를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점은, 파리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무시한 채 실존하지 않는 영상미만을 위하여 실존하는 파리를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영화의 경우 그게 더 심하다 느꼈는데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인종 다양성을 존중한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심지어 길거리 엑스트라도 다 백인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정작 학교 조별과제 영화 촬영에도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하는데 타인들이 보는 파리는 이민자가 없는 낭만의 도시이다. 


그걸 모르고 파리에 온다면 개똥과 담배꽁초와 노숙자들과 노상방뇨인들과 지하철 냄새와 소매치기들에게 질려서 온갖 정나미가 다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특히 유명 관광지에는 관광객을 노리는 집시 및 잡상인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 경험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워낙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에 전혀 프랑스 같지 않은 인종별 집성촌도 다양하여 파리 안에서 세계여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림없다. 

몇백 년이 넘은 건물을 통째로 보존하여 어디에도 없는 고유의 도시 경관을 만들어 냈고, 그렇게 켜켜이 쌓인 몇백 년의 역사가 주는 매력은 직접 보지 않고선 느낄 수 없다. 역사적 인물들이 즐겨 찾던 카페를 지금도 갈 수 있으며 문화생활을 사랑하는 이에겐 천국 같은 도시이다. 또한 아침에 갓 구운 따끈따끈한 크라상은 이 곳의 빵집이 아니면 맛볼 수가 없다. (그... 그러니 오세요!)


실제 파리를 조금 더 알고 싶으시다면 Paul Talyor의 'What the fuck France?'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프랑스에 체류하는 영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프랑스 풍자 코미디인데 꽤나 잘 만들어져서 친구들과 배꼽 잡으며 애청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I76UrsQT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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