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른둘.
/누가 가둔 게 아니라
이렇게 났을 뿐인 걸/
그래서 이제 우리는 점프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점프는
날아오르기 위함이 아니라
땅을 더 단단히 딛기 위한 것이니까
"아무런,"
"소용도 없는,"
"그 놈의,"
"점프!"
누군가 소리쳤다.
모두의 눈이 소리의 진원을 찾느라 바빴다.
/왜 소리가 멀리서 들리지?
기둥은 다 똑같은 높이인데/
누구는 위만 바라보다 삶이 끝났다.
그런데 많이 점프한 '누구'는
살아가던 기둥 가운데가 패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챘던 것이다.
소리의 주인이 보이지 않는 건,
기둥의 패임이 우물이 되어서 그 안에 살고 있던 것 때문이었다.
우리는 쯧쯧대며 속닥거렸다.
"저 사람은 저러다 바닥에 닿겠어."
근데 말야,
'누구'는 그 안에서도 점프를 했나봐.
어느 새벽.
저벅 - 저벅 -
하더니
저 멀리서 있는지도 몰랐던 문이 열리는 게 아니겠어?
'누구'는
우리 중 기둥을 떠난 첫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