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영태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수업을 방해한다. 나는 그만 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그 때뿐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소리를 계속 지른다.
“수업 시간에 소리지르는 아이는 무슨 생각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고민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영태 뿐 아니라 평소에 이런 아이들이 많았다. 그럴때마다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많이 만나고 교육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얻게 된 결론은 아이들의 ‘관심표현’이었다. 즉, 이렇게 소리를 지르거나 수업에 방해를 하는 아이들 한 켠에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표현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연예인들은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욕을 하는 ‘악플’보다 아무 답이 없는 ‘무플’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무관심은 어떻게 보면 욕보다 더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무관심에 대한 괴로움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남들보다 자기가 더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는 한 아이에게만 지나친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사의 관심을 지나치게 받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시기와 질투 대상이 되기도 하고, 차별이라고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의 머리가 조금 헝클어져 머리를 묶어주면, 다른 아이들도 묶고 있던 자기의 머리끈을 일부러 푼 뒤 교사에게 다시 묶어달라고 한다.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표현이다. 이런 관심 표현을 받아주지 않고 무시하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갖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렇게 관심을 표현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결국 소리를 지르거나 남을 괴롭히는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이런 부정적인 방법이 관심을 끄는 데 통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계속해서 그 방법을 써먹는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은 계속 소리를 지르고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들은 계속 공격적이게 된다. 이 아이들은 처음부터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하고 엄마를 부르지만, 엄마는 아무 반응이 없다. 그러면 아이는 더 큰 목소리로 “엄!마!”하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관심이 신통치 않을 때에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통해서라도 관심을 끌려고 한다. 나도 이렇게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내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큰 목소리로 수업을 해도 아이들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그 때는 기운이 빠져버린다. 물론 경험을 할수록 목소리가 커야만 내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상대방이 말을 걸었는데 관심이 없는 것 만큼 힘든 경우는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주변에 자신을 알아주지 않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관심 받지 못한 아이들은 교사인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친구들에게 소외되고 관심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교사나 엄마에게까지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내가 앉아있는 의자 옆으로 다가와 일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주변에서 맴돌기도 한다. 적극적인 아이는 나에게 안기거나 내 어깨를 주무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내 주변에 한 명이었던 아이가 어느새 네 다섯 명의 아이들로 많아진다. 너도 나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마음에 내 주변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주변에 오는 아이들을 마다하지 않고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려고 노력한다. 말이라도 한 번 걸어주고, 눈을 마주쳐 준다.
내 주변에 자주 맴돌던 승태라는 아이가 있었다. 승태는 쉬는 시간마다 나한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나 화장실을 갈 때까지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었다. 내가 쉬는 시간에 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내 얼굴 옆에 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기도 한다. 내 팔을 만지기도 하고, 나한테 이것 저것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학기 초만 해도 승태가 나를 잘 따르고 친근감이 있는 아이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승태를 계속 관찰할수록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바쁘거나 다른 아이들과 있을 때에는 홀로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승태와 함께 놀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이야기도 하면서 승태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다행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성향의 친구를 만들어 함께 놀게 되었다. 승태가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승태 엄마는 워킹맘이셨다. 엄마, 아빠가 모두 바빠서 일어나서 잘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였다. 항상 할머니께서 승태를 챙겨주시고 엄마는 아이에게 관심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학부모 상담 때건, 공개 수업 때건 한 번도 얼굴을 뵙지 못했다. 1년 동안 전화도 한 번 오지 않았다. 특별히 승태가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기에 나도 엄마에게 통화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승태가 그렇게 친구보다 선생님을 따르고 매시간 내 곁에서 머무르는 걸 보니,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정말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엄마들은 직장에 나가거나 일을 하시느라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새벽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돌아오시는 엄마들은 더욱 그렇다. 직장맘 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엄마들도 자녀가 여럿일 때에는 모든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주기가 어렵다.
언젠가 네 명의 자녀를 둔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이 한 TV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다. 네 명의 아이를 키우다보면 ‘동생들을 질투하는 형제들이 있지 않냐’고 사회자가 물었다. 그 때 션은 조금은 가혹하다 생각할 수도 있는 자신들 만의 육아 방식을 말했다.
“동생이 태어났을 때, 엄마가 아이 젖을 주려고 했는데 첫째 아이가 못하게 하고 울면서 떼쓰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에게 ‘동생이 배고파서 젖을 줘야 해. 근데 네가 싫다고 하면 동생에게 젖 안 주고 기다릴게’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떼를 쓰는 첫째 아이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주고 존중해주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떼를 쓰고 질투를 하더니, 결국에는 동생에게 젖을 주라고 직접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동생에 대한 질투는 사라지고 오히려 엄마를 도와서 동생 육아를 도왔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관심 표현에 정답은 없다. 다만 아이가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마음 속에 지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교실에서 수 십 명의 아이들에게 한꺼번에 관심을 모두 가져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전략을 생각했다. 하루에 한두 명씩은 꼭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대화하기, 대화가 아니더라도 아이들 곁에 다가가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기, 그리고 잘 한 행동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칭찬해주기 등이다. 이렇게 해도 자신이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알아서 잘 하는 아이는 더욱 그렇다. 교사나 엄마가 이 아이는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덜 가져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도 똑같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다. 특히 엄마들은 동생을 낳으면 그 아이에게 신경쓰느라 다른 아이의 신경을 덜 쓰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은 스스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막내 아이에게 관심을 전부 쏟느라 큰 아이를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조그만 관심이라도 가져 준다면 아이는 안정감을 갖고 행복을 유지할 것이다.
아이는 ‘언제나’ 관심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 큰 어른들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관심 표현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갓난아기를 보면 '응애'하고 울지만 다 같은 울음소리가 아니다. 엄마들은 관심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에 울음소리를 정확하게 구분해낸다.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공격적이고, 소리를 지르는 행동들도 결국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표현이다. 우리 아이가 자신에게 어떤 관심 표현을 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