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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남 yenam Oct 07. 2017

10. 질문 하는 아이로 만들어라

 '하브루타'

 유대인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하브루타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들과 단순히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아이들이 질문을 많이 하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질문으로 서로 토론을 이어간다. 학교에서도 친구, 선생님과 같은 방법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학교에서 질문을 정말 많이 한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삼천포로 빠질 때도 많다. 질문은 나이가 어릴수록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자발적이고 열정적이다. 교사가 질문을 한 번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를 시켜달라고 손을 든다. 그리고 반대로 교사에게 질문도 많이 한다.

 “선생님, 이건 왜 그런 거예요?”

 “선생님, 저건 무슨 말이에요?”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한 명 한 명 질문을 받아주다 보면 수업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하브루타의 가장 기본은 ‘질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들은 보통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를 가장 많이 물을 것이다. 반면에 유대인 엄마들은 “오늘 선생님에게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집에서도 아이들과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교육이 습관화 되어있다. 일방적으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조언하거나 잔소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서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눈다.

 ‘사고’는 본인이 던진 질문에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한다. 그만큼 답을 찾는 것 이전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질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질문거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 이는 학생들만 보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 교실을 한 번 상상해보라. 교사 혼자서 말을 하는 수업이 많고, 질문을 하면 손을 드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수업 시간은 대화를 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식을 배우고 얻는다는 인식이 아직도 많은 듯하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도 어떻게든 선생님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눈을 마주치면 발표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 날의 출석번호 학생들은 항상 긴장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발표를 안 하니까 선생님들은 오늘이 6일이면 출석번호 6번, 16번, 26번 학생들을 시켰던 것이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질문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커갈수록 질문하고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하는 질문에 적절한 관심을 가져주지 못했거나, 반대로 엄마의 질문이 아이와의 대화 연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한다. 이런 습관이 쌓이고 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서는 보는 눈이 더 많다. 교사가 앞에 있고, 내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도 수십 명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질문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과 교사의 질문의 답이 틀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아이들은 입을 닫아버린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어떤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려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수업에 수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학기 초에 아이들의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여러 가지 교육을 한다. 먼저, 발표 내용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 단답형으로 말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간단히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로 점점 넓혀간다. 그리고 상황에 따른 목소리 크기도 연습을 시키며, 아이들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경험을 많이 시킨다. 이렇게 발표 교육을 수업 진도 나가는 것보다 앞서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발표를 시키면서 항상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책이 있다. 바로 마키타 신지의 《틀려도 괜찮아》라는 동화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아이들이 발표를 하거나 말을 할 때 틀려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발표를 하거나 말을 하면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 맞고 틀린 발표는 없다는 말을 해 준다. 그리고 다른 친구가 발표할 때 비웃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라 말해준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자주 하고 손을 번쩍 들며 발표를 하는 아이들은 정해져 있다. 반면에 발표를 거의 하지 않거나 수업 시간에 전혀 말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질문과 발표를 잘 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이 아이들은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친다. 틀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더라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평소에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다. 길거리를 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와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간다. 그리고 엄마가 직장에 있을 때에는 전화 통화를 자주 한다. 

 보통 아이들은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면 단답형으로 대답을 한다. 엄마와 교실에서 내 핸드폰이나 교실전화기로 통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다음과 같이 통화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 끝났어?”

 “응.”

 “간식 사먹고 3시까지 학원 빼먹지 말고 가.”

 “응.”

 아이는 ‘응’아니면, ‘아니요’ 대답만 하다가 전화를 끊는다.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하는 이유는 엄마들의 질문에 있다. 교육학에서는 질문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이다. ‘열린 질문’은 말 그대로 상대방의 대답이 다양하게 가능하도록 열려 있는 질문을 말하고, ‘닫힌 질문’은 상대방이 ‘예, 아니오’로 대답만 하게 만든다. 반면에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도록 만든다. 유대인 엄마들이 주로 사용하는 질문도 이 ‘열린 질문’이다. 주로 이 질문은 ‘왜’와 ‘어떻게’를 이용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왜 이렇다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위와 같이 묻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것이다. 물론, ‘예, 아니오’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에게는 쉽게 자기 생각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몰라요.”라며 질문을 회피할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아이가 쉽게 답할 수 있도록 같은 질문을 살짝 바꾸어서 다시 물으면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면,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엄마 생각이랑 같니?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니?”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물어봐야 한다. 즉, 질문을 할 때에도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본 뒤 질문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해가며 대답할 것이다.

  평소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무작정 책을 많이 읽거나, 학교나 학원에서 이론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아니다. 아이들이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은 평소에 자주 대화하면서 길러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엄마는 아이가 관심있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관심사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대화 도중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들의 질문을 묵살하거나 모르겠다고 넘기지 말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질문하는 아이를 만들고 생각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엄마는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안내만 해주면 된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질문으로 답을 해 줘보자. 답을 너무 쉽게 가르쳐주어서는 안 된다. 정답에 익숙해져버리면 아이는 스스로 답을 찾거나 생각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해주고 아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의 어떤 대답이든 존중해주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며 인정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자신감을 갖고 더 많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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