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남 yenam Oct 08. 2017

13. 엄마의 관심도 습관이다

오늘도 민수는 머리를 감고 오지 않았는지 뒷 머리가 붕 뜬 채로 학교에 왔다. 민수는 교실에 들어오면 나에게 매일 해맑은 미소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이렇게 밝고 명랑한 아이인데, 우리 반 아이들은 민수를 싫어한다.

몸에서 냄새가 나고 더럽다는 이유에서이다. 민수 엄마는 잘 나가는 워킹맘이라 항상 바쁘시다. 새벽 같이 일을 나가셔서 밤늦게 되어서야 퇴근한다. 아빠도 같이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하나 밖에 없는 민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부탁드리기도 어렵고, 형편상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르기도 어렵다. 민수 엄마는 아이를 믿고 출근하는 수밖에 없다. 엄마는 민수를 아침 일찍 깨워서 밥을 먹이고,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늦지 않게 학교에 가라고 말한 뒤 엄마는 출근한다.


하지만 민수는 지각하는 날이 많았다. 엄마가 출근하면 다시 잠이 들어버리고 학교 갈 시간까지 자다가 늦는다고 했다. 지각하는 날이 계속되자 나는 민수와 상담을 했다. 민수는 엄마가 출근하고 잠을 자느라 늦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오느라 늦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민수는 엄마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민수와 함께 스스로 아침에 컴퓨터 사용을 멈추고 컴퓨터 게임 시간을 줄여보자고 약속했다. 컴퓨터 일일사용시간표를 만들어 주고, 하루 하루 스스로 체크하면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여보기로 했다. 나는 수업을 모두 마치고 방과 후에 민수 엄마에게 전화했다.


 “어머님, 민수가 아침에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학교 오느라 늦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를 없애버리거나 혼내면 민수가 더 힘들어 하고 고쳐지지 않을 거예요.”


나는 민수 엄마에게 일단 아침에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을 모른 척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민수가 컴퓨터 일일사용시간표 쓰는 것을 확인해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주기적으로 그 시간표를 확인하기로 했다. 엄마는 민수가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집으로 전화를 해서  학교로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민수는 아침에 늦지 않았다. 물론 컴퓨터 게임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완전히 끊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민수가 지각하지 않고 컴퓨터 사용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부분을 칭찬해주었다. 민수 엄마도 학교에 늦지 않고 잘 갈때마다 칭찬해주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민수는 아침에 머리를 잘 감고 오고, 지각하지도 않게 되었다.


아이의 변화는 조그만 관심을 습관적으로 가져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정말 바쁘다. 특히 일을 하는 엄마들은 더욱 바쁘다. 하지만 바쁘다고 해서 아무 대책 없이 ‘알아서 잘 하겠지’하는 생각은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는 아직 아이이다.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고 의지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기고 신경쓸 수는 없다. 민수 엄마처럼 작은 관심만으로도 아이는 변하기 시작한다. 아이를 혼내거나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전화 한 통과 칭찬 한 마디가 아이를 움직인다.


엄마는 슈퍼맨과 같다. 집안일은 끝도 없고 아이 학원스케줄과 숙제, 준비물까지 챙겨야 한다. 아침이 되면 엄마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아침밥을 차리고 아이를 깨워서 씻기며 학교 갈 준비를 시키면서 본인 출근 준비까지 한다. 엄마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버리면 본인의 부족함을 탓한다.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지까지 고민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워킹맘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실제로 아이가 입학하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하는 엄마가 많다. 평소에 아이를 챙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아이에게 습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엄마는 아이에게 작은 관심을 갖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아이 옷이 더럽지는 않은지, 입이나 머리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지 작은 것을 신경써주는 것이다. 어른들도 사람을 만날 때 겉모습부터 보기 마련이다. 옷차림이 지저분하다던지, 냄새가 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고 싶어 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아이들의 감정표현은 솔직하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느낌 그대로 표현한다. 냄새 나는 아이들은 따돌림 대상의 1순위이고, 더러운 행동을 하거나 옷차림이 지저분한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말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명품이나 메이커 옷을 입히고, 공주처럼 예쁜 드레스만 입히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도 따돌림을 당하기 십상이다. 다른 친구들이 입는 정도의 옷을 깨끗하게 입혀보자. 트레이닝 바지를 입히더라도 구멍이 나지는 않았는지, 지저분하게 흙이 묻지는 않았는지 아침에 한 번씩 확인해 주면 된다.


12월이 되어 학년이 끝나갈 무렵이면 실내화가 찢어지거나 너덜너덜 해진 아이들이 많다. 엄마들은 어차피 새 학년에 올라가면 새로 살 거라면서 그냥 찢어진 채로 실내화를 신고 다니게 한다. 어쩌면 실내화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찢어진 실내화를 신은 아이들은 걷다가 실내화가 벗겨져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완전히 찢어지면 아이는 한 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거나 테이프로 칭칭 감고 다닌다. 세 달 뒤면 새로 살 실내화 때문에 아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혹시 우리 아이의 실내화가 많이 찢어져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자. 아이들은 이런 작은 것들에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이가 일주일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등교하지는 않는지, 다른 아이들이 봤을 때 지저분하다고 느껴지진 않을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일년 내내 똑같은 검정 점퍼를 입고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별명은 ‘검정이’였다. 정말 더운 여름 한 달을 빼고는 매일 검정색 점퍼 한 벌만을 고집하며 입고 다녔기 때문이다. 아이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주변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엄마가 관심만 조금 가져주었더라면 아이는 이와 같은 별명을 얻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의 관심은 이런 소소한 것부터 가져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생태심리학자인 브론펜 브레너는 아이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를 변화시키고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조그만 관심을 가져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가 오늘은 양말을 제대로 신었는지, 실내화가 혹시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머리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하루 한 번씩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면 아이는 크게 성장한다. 엄마의 관심도 습관이다. 내일 아침,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 아이의 모습을 한 번 자세히 관찰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12. 아이는 엄마의 관심으로 움직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