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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남 yenam Aug 08. 2019

15. 엄마의 관심이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

나는 매일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을 만난다. 갈수록 아이들이 줄고 있어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아이들 모두에게 동등한 관심을 가져주기에는 많게 느껴진다. 아이들과 인사를 해도 스무 번을 해야 하고, 아이를 칭찬하려면 스무 번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싶어도 동시에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내 옆에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어떨 때에는 3~4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나에게 말을 건다. 그럴 때면 누구의 말을 먼저 들어줘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선생님 있잖아요. 제가 엄마랑 어제 여기를 다녀왔는데요.”

“선생님, 이 드라마 보세요?”

“선생님, 얘가 저 놀려요.”


동시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하는 말을 하나하나 들어주기란 참 어렵다. 아이들은 기다림에 익숙지 않아서 내가 다른 아이와 대화하고 있어도 중간에 끼어들며 자기 이야기를 조잘조잘한다. 나는 아이들의 말을 최대한 끝까지 들어주려고 하지만,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몇 명의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쉬는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수업 중에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발표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고 자기를 시켜달라고 나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손 든 아이들을 다 시켜주고 싶지만, 매번 그렇게 하다 보면 수업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모둠끼리나 아이들끼리 말해보도록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인 나한테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한 마디로 나의 관심과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발표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엄마와 아이는 일대 일 관계이다. 물론 형제가 있다면 일대 다가 되겠지만 그래도 교사보다는 훨씬 적은 관계다.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교사보다도 좋은 말을 더 많이 해줄 수 있고 들어줄 수 있으며, 칭찬도 더욱 많이 해줄 수 있다.


예부터 지금까지 가정이 교육의 출발점이고 가장 중요한 교육 장소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아이들은 백지와 같은 상태로 태어난다고 한다. 새 하얀 백지에 첫 점을 찍는 사람은 바로 부모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엄마는 가장 큰 붓을 들고 있다.


아이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려주겠는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교사인 내가 백 마디 말하는 것보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강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엄마들은 아이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가장 신뢰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부탁을 할 때에도 엄마의 허락을 받지 않았거나, 엄마가 평소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얼마 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하나씩 나눠줬다. 아이들은 과자를 받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몇 명의 아이들은 과자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엄마가 과자는 아토피에 좋지 않으니 먹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같았으면 다른 친구들도 다 먹는데, 과자 한 개 정도는 엄마 몰래 먹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엄마의 말을 신뢰하고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엄마의 말 한마디는 절대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더라도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절대적인 존재인 엄마가 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동기부여를 해주고, 진로에 대한 교육까지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에 대한 동기부여와 진로교육은 엄마들이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학교에서도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형식적인 부분이 많고 장소적, 환경적 제약도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음 정말 수시로 바뀐다. 아이들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서 선망하는 대상이 달라진다. 멋진 경찰을 보면 경찰이 되고 싶다가도 TV에서 요리하는 셰프를 보면 다음 날 셰프가 되겠다며 진로가 바뀐다. 실제로 요즘 주변에서 요리사가 많이 노출이 되자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수시로 꿈과 진로가 바뀌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학교에서만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엄마가 관심을 갖고 아이와 함께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너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너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위와 같이 아이들에게 물어보면서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자. 그러면서 아이의 강점도 함께 찾아주자. 아무리 체조선수가 되고 싶다고 해도 유연성이나 신체적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선수가 되기 어렵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 위주의 경쟁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의 적성과 강점을 찾아주려는 노력들을 하지만, 실제로 보면 우리 사회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직업'과 '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강점과 적성을 찾기보다는 학교와 학원들을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아이의 강점을 찾기 위해서는 아이가 평소에 행동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고, 주말이나 방학 기간 등을 이용해 아이가 갖고 있는 능력과 강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요즘은 진로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관심 있는 분야를 직접 체험해보거나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이런 경험들을 함께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찾는다면 그것이 최고의 진로교육이 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의 생활, 언어, 행동 등의 습관은 엄마의 가정교육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들의 행동 습관은 가정의 영향이 매우 크다. 아이들은 집에서 하는 행동들을 학교에서도 그대로 한다. 집에서 공격적인 아이는 학교에 와서도 친구들에게 공격성을 나타낸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투정 부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 학교에서도 그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가 평소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관찰해보자.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혼내거나 강압적으로 행동을 교정하라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그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습관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교사와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려 하는 엄마도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안 가르치니까 집에서도 못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분도 계신다. 물론 엄마가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도 있고, 바쁘기 때문에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집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은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엄마가 전적으로 아이에게 전념하라는 뜻이 아니다.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주고 아이의 정서를 어루만져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 있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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