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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May 02. 2019

야외취침

용두해수욕장에서


배낭에 필요한 물건을 넣는다.

무겁다.  

배낭에서 필요해 보이는 물건을 뺀다.  

짊어질 만하다.  


문을 열면 해가 뜨는 모습이 보인다.

문을 닫으면 파도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면 해가 지는 모습이 보인다.

문을 닫으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햇살이 쏟아지는 모래밭에 의자를 놓는다.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진다.

나뭇잎 떨어지는 데크(deck) 위에 의자를 놓는다.

팔랑팔랑 책장이 넘어간다.


무게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풍경은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자유는 누릴 수 있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더 욕심내지 않고 딱 그만큼만 허락되어서 좋다.


그러나

혼자 나서기에는 아직은 두렵다.

이번은 야외취침 노숙이지만 다음번은 진정한 캠핑이기를...

그날을 꿈꾸며 오늘 조용히 짐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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