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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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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Mar 21. 2022

봄눈


  그럴 줄 알았다. 산골의 겨울이 이대로 그냥 가버릴 리가 있나. 지난 이틀, 봄눈이 풍성하게 내릴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겨울과 작별하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계절을 보내고 맞는 것만으로도 생은 넘치는 연정이 아닌가. 한 번은 돌아봐 주겠지, 하는 절절함도 없이 어찌 연정이라 할까. 지난주 내내 따스하게 풀어지던 봄 햇살이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나는 그예 겨울이 가버린 줄만 알았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자못 쓸쓸해지기도 했. 겨울에 대한 미련보다는 봄을 맞이하는 자세였다. 그런 무채색 쓸쓸함에서 홀연히 색을 피워낼 때에야 봄꽃은 더욱 선연 것이니.


     

  마당 옆 가파른 벼랑 늘 그 자리, 현기증처럼 어른어른 연노랑 생강나무 꽃을 보았던 날, 그렇게 밤새 쓸쓸한 봄눈이 내렸다. 소복소복 쌓이고도 쉽게 그치지 못하여 이틀을 더 차곡차곡 내려 주었다. 세상은 잠시 겨울이 꾸는 가장 아름다운 꿈으로 다시 돌아갔다. 꿈속에서 꾸는 꿈처럼 눈 속으로 내리는 눈은 순간과 순간이 되어, 어느 결 흐름만 남게 되었던가.        


문이 더 이상 열리지 않을 만큼 눈이 쌓였다
마당 복숭아나무는 눈의 여왕처럼...

     

  봄눈 오는 아침, 동생은 테라스에 마당 고양이들 밥을 주며 영상을 찍고 있었다. 나도 스마트 폰을 들고나가 눈 내리는 풍경을 몇 장 찍었다.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자 하지만 순간은 끊임없이 내리는 눈처럼 끊임없이 사라져 가는 것이라, 찰칵찰칵 순간의 안타까움을 덜었다. 안타까움도 아름다움의 한 종류라면, 여릿여릿 피어 홀연히 가버리는 봄의 꽃잎들도 찬가지. 눈은 꽃처럼 꽃은 눈처럼 흘러, 렇게 봄눈은 꽃들의 환영과 더불어 내.


봄눈 오는 날 아침 식사 중인 마당 고양이 가족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눈 구경...

  날은 춥지 않았다. 동생과 함께하는 아침 커피를 테라스에서 마시기로 했다. 바깥문을 열어 놓고 휘날리는 눈을 보며 김이 오르는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아름답구나. 꿈같구나."

  중얼거렸더니

  "꿈속을 걸어보자고."

  동생이 말했다.


  커피를 마신 뒤 하얀 눈밭에 발을 푹푹 빠뜨리며 숲고양이 밥자리까지 다녀왔다. 눈은 여전히 천지에 휘날리고 동생은 노란 비옷을 입고 앞서 걸었다. 무겁게 처진 나뭇가지에서 이따금 툭툭  쏟아졌다. 저만치 가는 동생을 보며, 가운 눈꽃을 피우고서야 따스한 제 색을 길어 올리는 봄의 꽃들을 생각했다.


벼랑의 생강나무 꽃 그 여린 노란빛.  

     


     

의도한 건 아닌데 동생은 봄처럼...


나는 겨울처럼 차리고 나섰다는 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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