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산골에 오는 딸을 위해 읍내 오일장에 다녀왔다. 장이 선 골목을 천천히 지나오며 내 손에 들린 건 우엉, 오이, 두부, 양파, 양배추. 장에서 살 게 많지 않았다. 딸이 좋아할 먹을거리는 집 주변에 더 많다. 냉이와 쑥, 당귀, 달래, 두릅 같은 산야초들.
딸은 비건이다. 소극적 채식을 한 지는 오래되었고,몇 년 전부터는 달걀이나 유제품, 꿀도 먹지 않는 철저한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 시중에 파는 공산품에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지 않았는지도 꼼꼼히 살펴 구입한다. 라면이나 빵, 과자, 음료수, 껌, 사탕 같은 것에 의외로 동물성 첨가 제품이 많다고 했다. 동물성을 함유한 제품이 아니어도 동물 착취나 실험으로 얻어진 것들도 멀리 한다. 옷과 침구, 화장품, 세제 같은 것들. 나아가 생태의 건강한 순환을 방해하는 물품까지 멀리 하게 되었다.
동물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 딸의 비건 선택이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기호 충족과 편리를 위해 남용하는 지구의 수많은 물건들이 다른 생명의 삶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알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수밖에 없다.
♧채식 밑반찬 만들기
오이소박이-오이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낸다. 오이 토막 한쪽에만 열십자로 칼집 내어 소금에 절인다. 소금에 절이는 동안 속에 넣을 소를 준비한다. 부추와 마늘과 생강, 홍고추를 잘게 다져 소를 만들었다.간은 소금 2,설탕 1의 비율로 했다. 오이가 절여지면 손으로 꼭꼭 쥐어 물기를 짠 뒤 속을 넣어 반찬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마늘종 볶음-식용유 두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마늘종을 넣어 볶는다. 마늘종이 나긋하게 익으면 소금으로 간하고 깨를 뿌린다.
검정콩조림-콩은 6시간 이상 불렸다가 냄비에 물을 자박하게 넣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콩 거품을 걷어내고 간장 2, 설탕 1비율로 간을 한다.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어 뚜껑 연 채 국물이 반쯤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냉이 볶음-식용유 두르고 편으로 썬 마늘을 볶는다. 손질해 둔 냉이는 먹기 좋게 적당히 썰어 함께 넣어 볶는다. 소금을 뿌려 간을 하고 참기름과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우엉조림-우엉은 감자칼로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 낸 뒤 채를 썬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채 썬 마늘과 파를 넣어 볶다가 간장과 물엿을 넣는다. 간장 2, 물엿 1의 비율. 양념이 끓으면 우엉을 넣고 뒤적거린 뒤 뚜껑을 닫아 조린다. 약한 불에 10분 이상 뭉근해지도록 조린다. 불을 끈 뒤 참기름과 깨를 넣어 마무리한다.
오이소박이엔 부추를 잔뜩 다져 넣어야 맛있다.
냉이볶음밥과 밑반찬, 된장국
잡곡밥, 청국장, 밑반찬
* 아래는 딸이 이따금 글을 기고하는 웹매거진 「생태적 지혜」에 쓴 글 일부.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플라스틱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옷과 샤워용품, 음식을 감싸는 포장지, 그 밖에도 온갖 생활 용품들. 우리들은 그야말로 플라스틱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물티슈도 그중 하나였다. 물티슈의 주원료는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합성섬유이다. 폴리에스테르는 플라스틱을 섬유화한 것으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지독한 물질이다. 환경과 쓰레기가 이슈화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목재 섬유로 만들어져 생분해가 가능한 레이온 소재의 물티슈를 출시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제조과정에서 엄청난 화학물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 볼 수 없다 (친환경 마크가 달렸어도 친환경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물티슈는 제조된 지 몇 달이 지나도 곰팡이 하나 슬지 않는다. 생물이 살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존제, 방부제, 살균제 같은 화학물질이 뒤범벅되어있기 때문이다. 깨끗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를 화학물질에 매일같이 노출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이 얇은 플라스틱은 땅에 남으면 흙이 숨 쉬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할 것이고, 바다로 가면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어 그들을 죽이거나, 미세 플라스틱으로 우리의 밥상에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A Plastic Ocean(플라스틱 바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동물 해방」 같은 책을 통해 일종의 '충격'을 경험한 뒤 딸의 생각은 신념으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