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텃밭에서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건 루꼴라다.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으로 서유럽에서 많이 쓰는 식재료라고 알려진 루꼴라. 얼핏 보면 열무나 황새냉이처럼 생겼는데 줄기가 무척 부드럽다. 손만 대도쉽게 끊어진다. 끊을 때 루꼴라 특유의 향이 훅 올라온다. 그 냄새가 좋아숨을 깊게 들이켜게 된다.뱃속이 포근해지는 향이다. 냄새에서 질감이 느껴진다는 건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내겐 그렇다. 아기 담요나 포대기에서 날 것 같은 그런 보드라운 질감의 향. 주로 샐러드나 피자에 곁들여 먹는 걸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채소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여러 번 재배가 가능하고 병충해도 거의 없어 텃밭 채소로 은근히 인기 높은 작물이다.
밭일을 마치고 들어올 때면 늘 한두 줌 루꼴라 잎을 끊어온다. 주로 샐러드로먹고, 별식이 먹고 싶을 땐루꼴라 피자나 샌드위치를 해 먹는다.
♤루꼴라 샐러드 만들기
루꼴라 샐러드
양파를 썰어 단촛물(식초 1,설탕이나 매실액 1,소금 한 꼬집 비율)에 절인다. 깨끗이 씻은 루꼴라를 손으로 먹기 좋게 잘라 샐러드 그릇에 담는다. 절인 양파를 얹고 올리브유를 뿌리면 완성. 좀 더 근사한 샐러드를 원한다면 치즈(고다나 에멘탈 종류)를 갈아 얹거나 발사믹 소스를 뿌린다.
♤루꼴라 피자 만들기
도우에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홀토마토와 치즈를 얹는다
오븐에 넣고 180도에 20분간 굽는다
생루꼴라를 얹고 치즈를 뿌린다
피자 도우(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건조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킨 뒤 부침개 부치듯 구운, 토르티야와 거의 흡사한 피자 도우다. 한꺼번에 몇 장 만들어 냉동해 두고 언제든 피자를 먹고 싶을 때 사용한다. 폭신한 도우를 원하면 식빵 두 장으로 대체해도 된다.)에 바질 페스토를 바른다. 그 위에 토마토를 얹고 피자치즈를 뿌린다. 오븐에 넣어 180도에 20분 정도 굽는다. *양파나 파, 마늘이 있다면 잘게 썰어 피자치즈 위에 얹고 구우면 좋다. 치즈와 섞여 구워지는 향 채소의 냄새가 무척 근사하고 맛도 월등히 좋아진다. *바질 페스토가 없을 경우엔 피자소스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다. 마늘을 기름에 볶아 소금으로 간하고 토마토와 바질가루, 매운 고추를 넣어 졸이면 맛있는 피자소스가 된다.
루꼴라를 얹어 먹는 루꼴라 피자
"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어."
루꼴라 잎을 따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기온이 오르면서 루꼴라 자라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날마다 먹기 바쁘다. 루꼴라는 데치거나 절여서 저장하기엔 마땅치 않다. 특유의 향이 사라진다. 그날그날 따서 바로 먹는 게 루꼴라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
동생 손에도 막 끊어낸 루꼴라가 들려 있었다. 루꼴라를 유난히 좋아하는 동생. 소화력이 약해 다른 채소는 그다지 달가워 않는데 부드러운 루꼴라는 반긴다.
“루꼴라 넣고 월남쌈 해 먹을 건데, 언니도 와서 몇 개 싸 먹을래?”
“정말?”
뜻밖의 제안에 나는 반색을 했다.월남쌈에 루꼴라를 넣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싱싱한 루꼴라를 보면서 월남쌈 생각이 나긴 했다. 하지만 그 준비가 좀 번거로운가. 접시도 줄줄이 꺼내야지, 국수도 삶아야지, 갖가지 재료 손질도 해야지. 그런아무런 수고 없이먹을 수 있다니. 부엌일 싫어하는 동생인데기특한지고.나도 때로는 내 부엌을 벗어나 누군가가 차려 준 밥상 앞에 가쁜하게 앉고 싶다.외식이라곤 도통 없는 산골 생활. 동생 덕분에 손님기분을 내 볼까나. 딱히 맛보다는 내 손으로 차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부엌을 벗어나는 즐거움의 반이 아닌가. 그래도,
“혼자 다 준비하려면 힘들 텐데. 내가 양배추 절임은 가져갈게. 사과는 있니?”
동생에게 물었다. 월남쌈에 사과가 빠지면 맛이 허전하다.
“아니. 언니한테서 얻어올 생각이었지.”
그렇지. 동생 냉장고에 사과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양파는?"
"없는데."
“그럼 내가 사과와 양파도 썰어갈게.”
그 정도야 뭐, 하고 나는 흔쾌히 맡아주었다. 그러다 미심쩍어,
“버섯은?”
또 물었다.
“아버섯! 볶아야지."
"그래서 있냐고?”
"없지."
동생이대답했다.나 참. 도대체 버섯도 없이 뭘로 월남쌈 맛을 내려한 건지. 우리는 육류를 안 쓰기에 월남쌈에 버섯이 빠지면 곤란하다.내 냉장고엔 말린 표고버섯도 있고, 새송이버섯 손질해 얼려 둔 것도 있다.아무튼, 버섯도 내가 볶게 생긴 모양이다. 슬슬 불안해진 김에 내처 물었다.
“소스는?”
“소스는 언니가 만들어야 맛있잖아.”
"..."
"그럼 뭐야! 결국 내가 하는 거잖아."
어이없다 못해 웃음이 터졌다. 루꼴라밭에 주저앉아 아이고, 눈물까지 흘렸다. 동생도 덩달아 웃음이 터져그 꼴이 꽤나 요란스러웠는지, 비탈 위 나무 꼭대기에 있던 까마귀까지 '까악 까악' 날개를 퍼덕이며 난리를 쳤다. 비상, 비상. 여기 두 인간 상태 이상함. 비상 신호음보다는 비웃음 같기도 했다. 배 아프게 웃고 나니 기분 좋은 허기가 찾아왔다.
그리하여 동생에게초대받은 나는 내 부엌에서 사과와 양파를 썰고, 당근과 버섯을 볶고, 양배추 절임도 꺼내고 레몬청을 넣어 소스도 만들었다. 접시에 가득 차려 동생네 부엌에 갔다.동생은 삶은 국수만 한 냄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올리브유 뿌렸니?"
동생이 고개를 저었다. 월남쌈에 넣는 국수는 올리브유에 버무려야 불지도 않고 한결 맛이 좋다. 국수냄비를 들고 내 부엌으로 건너와 올리브유를 뿌린 뒤 다시 가져갔다. 나머지는 그래도 동생이 준비해 놓았다. 빈 접시와 라이스페이퍼, 따뜻한 물이 담긴 볼. 그리고 루꼴라 한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