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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Jul 15. 2021

산골 여름 밥상

 소나기가 잦다 싶더니 이틀 전부턴 이글이글 볕만 뜨겁다. 산골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랐다. 땡볕이 쏟아지면서 텃밭 작물이 뒤늦게 성큼 자라고 있다. 이제 겨우 꼴을 갖춘 터라 수확이 많지는 않다. 오이와 가지 한두 개에 깻잎과 호박잎 몇 장, 고추 한 움큼. 매번 바구니를 그득 채우는 건 비름나물이다. 씨도 뿌린 적 없건만 텃밭 작물들 틈새를 비집고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엄청난 생명력이 봄날의 개망초에 견줄만하다. 비름나물 못지않게 왕성한 미나리는 올 텃밭 농사 중 가장 성공한 작물이다. 봄부터 줄곧 내리던 비에 세력을 넓히더니 이제 작열하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날마다 끊어도 다음날이면 또 그만큼 자라 여름 입맛을 돋운다.

여름 미나리
바질 옆에 슬그머니 자리 차지한 비름나물
날마다 수확하고 있는 미나리, 비름나물, 블루베리
드디어 첫 오이와 가지를 땄다

  생은 미나리날마다 한 줌씩 끊어 아삭하고 향긋한 미나리 볶음밥을 해 먹는 데 맛이 들렸다.    폭염, 고라니가 제멋대로 들락거려도 이래저래 풍성한 여름 밥상. 나리전을 굽고 비름 데치고 호박잎을 찐다. 나물 비빔밥에 호박잎 쌈, 부추전과 미나리전. 풋고추는 매끼 상에 오른다. 송송 썰어 된장에 무치기도 하고 잘게 다져 고추 간장을 만들기도 한다. 참기름을 치고 깨를 솔솔 뿌리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구운 파래김에 고슬고슬 밥을 싸서 고추 무침만으로 맛있는 한 끼가 된다. 숨이 차도록 후덥지근한 오후엔 찬물에 밥을 말아 풋고추와 날된장만 놓고 먹기도 한다. 동생이 좋아하는 고추 반찬은 꽈리고추 조림이다. 간장에 달짝지근 조려내는 꽈리고추 조림 산골 자매에게 여름 보양식이다. 

   

  "복날인데 뭐 좀 기운 될만한 거 먹었니?"

  복날인 줄 몰랐다가 엄마의 전화로 알게 된  초복에도 꽈리고추 조림을 해 먹었다. 복날이니 영양의 균형을 갖춰 병아리콩을 듬뿍 넣어 함께 조렸다.  산골 두 딸의 채식 위주 식사가 늘 염려스러운  엄마. 엄마는 찹쌀과 황기를 넣고 닭을 푹 고아 아버지와 드셨다고 했다. 꽈리고추를 조리는 중에 나도 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날 더운데 뭐 좀 기운 될만한 거 먹었니?"


초복날 먹은 보양식
부추전과 미나리전
비름나물, 꽈리고추 조림, 고추간장, 미나리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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