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여해 Oct 25. 2021

이름조차 '서귀포층' 인 제주 하부암석에 대해 알아보자

새연교, 새섬 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서귀포층

아름다운 천지연 폭포, 서귀포항, 새연교, 새섬공원


새연교 앞에는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가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1968년 천연기념물 제195호로 지정된 곳이다. 천연기념물 치고 그냥 바닷바람 맞으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지만, 그만큼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좋다.



서귀포층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제주의 탄생에서 제주는 해양 화산 활동 시기인 퇴적동 시대와 육상 화산 활동 시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해양 화산 활동으로 바닷속에 화산체들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파도에 의해 깎이고, 해양퇴적물과 함께 쌓이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약 100m 두께의 서귀포층이 만들어졌다. 이후 계속된 화산활동으로 용암들이 덮이고 덮이는 육상 화산 활동 시대가 되었다. 새연교 앞에 있는 이곳은 제주도 하부 암석을 이루고 있는 서귀포층의 일부가 솟아 올라 지표로 나와 있어 서귀포층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사진 출처 :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제주 섬이 어떻게 생겨놨는지에 대해선 따로 글을 써두었다.


https://brunch.co.kr/@yeohae/128


서귀포층은 어떻게 밝혀졌을까?


1928년부터 1929년까지 일본인 지질학자 하라구치는 제주의 지질을 조사하였고, 1930년 제주도 최초의 지질도를 작성하였다. 이 지질도에서 ‘서귀포층(Seikipo Formation)’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다. 1931년에는 서귀포층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제주도의 지질 보고서가 조선총독부 지질조사소에서 작성하였다.


1970년대부터 제주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지하에도 서귀포층이 분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지표에서 수 백 m 깊이까지 시추기가 파고 들어가서 지하수를 끌어올린다. 구멍 뚫은 암석들을 내다 버리는 게 아니라 연구하여 지하에 분포하는 암석의 종류와 두께, 구성물질 등 지질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새연교 앞에 지표면으로 드러난 ‘서귀포층’이 제주도 바닥에 깔려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서귀포층은 제주도 지하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제주 섬의 하부암석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무지개떡의 층처럼 직선으로 고르게 깔려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층의 두께, 지층의 성질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이는 제주의 화산활동 과정에서 지역적인 지각구조 운동이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귀포층은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왜 그럴까?


역사시대가 아닌 지질시대이다. 글이나 유물이 아니라 땅을 분석해야만 그 옛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제주가 형성되던 신생대 제4기 초, 우리나라와 제주 주변 환경이 어땠는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자료가 바로 서귀포층의 퇴적층과 화석이다. 그래서 서귀포층을 연구함으로써 당시 한반도 주변의 고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1968년에 우리나라에서 화석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다.




서귀포층은 풍화 과정에서 다듬어진 크고 작은 현무암 알갱이, 화산재 성분이 포함된 사암, 석영과 장석을 함유한 미고결 모래층, 점토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군데군데 조개를 비롯한 성게, 유공충, 완족류, 개형충, 산호 등의 화석을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퇴적 물질들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많은 것은 바로 화산쇄설물과 현무암 알갱이이다. 수성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암층과 가까운 육상의 화쇄류가 바다로 흘러들어와 연안과 얕은 바다 환경에서 퇴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닷속 퇴적물에 현무암 알갱이와 화산재가 들어있다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만 년 전 서귀포층이 만들어지던 제주 형성 초기에 육상에서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화석 종류를 보면 퇴적 기간 중에 난류와 한류 환경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지질학자들이 제주도 화산층을 연구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한다.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서귀포층 패류화석은 해안절벽을 따라 약 40m 두께로 나타나고 약 1.5km에 걸쳐 지표에 그대로 드러나 있어 제주의 땅을 이루는 서귀포층을 관찰할 수 있다. 퇴적물들이 쌓여서 다져진 서귀포층은 퇴적층으로, 해수면 변동과 생물 들의 흔적을 담고 있다. 박물관 안의 유리장 속에 들어 있는 화석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서귀포층의 화석들이 이곳에 있다. 조개류, 산호, 성게, 백상아리 이빨 등이 있다는데, 조개가 가장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신생대 제4기 초의 해양 퇴적층으로 당시 동북아시아 주변 고해양 환경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지층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서귀포층. 천지연 폭포를 구경하고, 새섬공원 그리고 새연교를 가는 길에 바로 있으니 귀중한 지층을 관찰하면 좋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