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여성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가 쓴

by 정여해

# 한 줄 추천평 : ★★★☆☆ 심리학 책이다. 깊은 분석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가부장적 환경 속에 놓인 한국 여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심리에 대해 해석한다.


# 읽기 쉬운 정도 : ★★★★★ 가볍게 읽기 좋다.















정신과 의사와 상담할 때, 상담해주는 말투로 말한다.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어떤 상담가가 이 글을 그대로 읽어도 상담이 될 정도로 말이다. 시종일관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또, ‘여성학자’로서 여성주의(페미니즘)에 관해 얘기한다.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페미니즘과 얽혔을 때 부딪힐 수 있는 ‘심리적 문제’에 대해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여타의 여성학 서적들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찌르는 듯한 지적인 충만함을 주면서 동시에 분노와 같은 감정을 자극하지만, 이 책은 사회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심리학 서적으로서 감정을 쓰다듬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 왜 의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와 같이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의료와 엮어 책을 썼지만, 독자에게 다가감은 매우 다르다. 전자는 진단과 치료에 있어 편견을 가지고 대해졌던 여성의 건강과 질병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 책은 가부장적 사회 속에 놓인 한국 사회의 여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에 접근한다. 전자가 분석적이라면 후자는 그 보다 위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패키지로 엮어서 생각하지 말고, 그 속에서 부분 부분 내가 그 패키지를 선뜻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보라는 조언은 신선했다. 비단 ‘결혼이 싫어.’라고 말할 때 되돌아오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여러 질문들에 대해 대답을 찾는 방법론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유익할 것 같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을 볼 때도 부분적으로 보라는 조언이 있었다. 그 사람을 통틀어 전체로 보지 말고 부분 부분 보라는 것이다. 나도 나라는 사람 전체가 모두 좋지 않다. 나조차 나에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는데, 어떻게 저 사람이라고 모든 것이 나와 잘 맞겠는가? 어떤 부분은 나와 맞고, 어떤 부분은 대충 맞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전혀 타협이 불가능한 다른 점이 있다.


주제 자체는 익숙했다. 결혼 예식 자체에서 일어나는 많은 여남 평등하지 않은 모습들과 그 속에서 내가 예식을 치른다면 이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매트릭스 빨간 약 얘기는 저자와 같은 대학을 다니던 때에 많이 논의하던 것이어서 특별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화여대에선 특별한 얘기나 특별한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어떠할까? 는 의문이 생긴다. 누구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화여자대학교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속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여성학 강의가 졸업하기 전에 꼭 들어야 할 명강의로 매해 꼽히는 것처럼 여성학에 관심이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익숙한 내용들이 많았고, 동문들과 한 얘기가 들어있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와 감정 분리가 어렵다거나, 남자 형제와의 차별 때문에 힘들거나, 결혼과 육아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 고민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성학이나 여성주의에 낯선 이들이 가볍게 읽기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해결책과 같은 내용이 나올 것 같을 때에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즉, 상담의 마지막 과정에서 감정 환기가 끝나고 다음으로 행동으로서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와 같은 연습 문제나 방법이 나올 것 같은 지점에서 그런 것들이 없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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