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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n 21. 2021

배우고 느낄 거리가 가득한, 올레 18코스 (2/2)

고요하고 아름다운 평화의 길 올레

# 19.8 km

# 제주 원도심 ~ 조천만세동산

# 상징 : 곤을동 4.3마을

# 제주 원도심 ~ 삼양 해수욕장 중간 스탬프 지점 : 2021년 5월 28일 12시 45분 ~ 17시 35분 (4시간 50분) 

# 삼양 해수욕장 중간 스탬프 지점 ~ 종점 : 2021년 5월 30일 7시 40분 ~ 12시 35분 (4시간 55분) 


나의 올레길 바이블인 「 제주올레 가이드북 」에 따르면 소요시간은 6~7시간이며 난이도는 중에 속한다. 



예정했던 한라산 탐방 즉각 취소


2021년 5월 30일 일요일, 한라산 등반 예정일이다.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 해녀학교에서 무리한 활동을 하지 않고 음주도 하지 않았다. 김만복 김밥과 커피, 귤도 사다 놓았다. 파워에이드와 감귤 주스는 얼려놓기까지 했다. 처음 써보는 등산 막대기가 어색하지 않을지 연구까지 하고 밤 9시 이른 잠을 청해 꿀잠을 잤다. 5시 기상하여 꾸역꾸역 밥을 욱여넣고 5:50 출발. 6:20 조금 넘어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만차라며 약 10km를 내려가서 제주대학교 주차장에 주차하고 버스 타고 오라고 한다. 그렇게 올라갈 계획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주차장을 떠나며 즉흥적으로 오늘은 한라산을 가지 않기로 한다. 성판악 주차장의 위치와 크기, 그리고 이른 아침임에도 많은 등산객을 목격하였음에 위안을 삼는다. 단기 여행객이 아니라 제주에 머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즉각적인 일정 변경! 화요일로 다시 예약을 하고, 저번에 삼양 해수욕장까지 걸었던 18코스의 나머지 반을 걷기로 한다. 어차피 동쪽으로 왔으니 말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말지어다. 안 가본 길을 미화하지 말고, 안 간 길을 후회하지 말라.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면 된다. 오늘은 심지어 점심거리도 마실 것도 간식거리도 풍부하지 않은가! 약간의 문제점은 한라산을 가기 때문에 가져오지 않은 지갑이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다니면 된다. 다행히도 가방 구석에 비상금 현금이 처박혀있다.



신성한 그래서 으스스했던 한라산 둘레길 사려니숲길



삼양 해수욕장을 향하는 길에 사려니숲길이 나온다. 또 즉각적인 계획 변경. 사려니 숲길 주차장의 처음이자 유일한 차가 내 차이다. 사려니 숲길을 들어가 40분을 걸었다. 계속 가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혼자 걷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사려니숲길을 진정으로 즐기는 느낌보다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서 더 진행하지 않았다. 제주 현대미술관 < 공空의 매혹 : 고립과 고독의 연대 > 전에서 보았던 < 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 > 작품 속 사려니 숲의 실제 모습을 경험하고, 오전 6시 반 해가 비끼어 들어오는 신성한 사려니숲길의 느낌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 > 김시연, 박서은 



보물 원당사지 불탑사 오층석탑


지난번 지나쳤던 삼양동 유적을 보고 싶어서 들렀으나 공개된 곳이 아니라 운영 시간이 있는 유적지였다. 시간 내에 재방문하기로 생각하고 진짜로 올레길로 향한다. 오전 7시 40분. 18코스 중간 지점 스탬프 간세를 시작으로 18 코스의 나머지를 걷기 시작한다. 원당봉을 지나치게 올레길에 조성되어 있지만 가는 길에 살짝 새서 원당사와 불탑사, 그리고 오층석탑을 보러 들른다. 너무나 이른 시간이라,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혹시나 닫혀있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부처님의 마음처럼 두 절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원당사에 들어갔더니 4.3 피해 사찰이라고 표지판이 있다. 1949년 11월 원당사가 삼양리 마을로 소개되었고, 1956년에 돌아와 보니 폐허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원당사는 원나라 시대에 제주도의 3대 사찰 중에 하나였다. 13세기 말엽에 원나라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보이고 기황후가 삼첩칠봉의 명당자리에 절을 지어 불공을 드려야 후손을 얻는다는 비방에 따라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17세기 중엽까지 존속되었고, 1914년에 원당사지 터에 불탑사가 세워졌다. 원당사에 들어가 이리저리 원당사지 오층석탑을 찾았으나 없다. 아! 그럼 불탑사에 있나 보다 싶어 불탑사로 넘어갔더니 금방 보인다. 제주에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 시대의 불탑인 보물 1187호인 원당사지 (불탑사) 오층석탑을 보고 싶었다. 이 석탑은 고려 후기에 지어졌으며 제주의 특징인 현무암으로 만들어졌다. 1층 기단에 안상이 꼭 태반처럼 보이는 건 나의 과도한 해석일까. 안상이 원래 좀 태반 같긴 하다만 말이다. 




닭 울음소리 배경음악으로 오솔길


고즈넉한 절을 감상하고 내려와서 밭을 옆에 끼고 오솔길을 걷는다. 길의 느낌이 좋아 동영상으로 남겨 놓았다. 원당봉에서부터 닭울음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홍천의 당직실을 떠올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닭소리가 뭔가 다르게 들린다. 닭의 종류가 다른 걸까? 궁금해진다. 




삼양과 신촌을 오갔던 옛날 길


신촌가는 옛길이 이어진다. 이름이 귀엽다. 삼양 사람들이 신촌을 많이 갔던 걸까 했는데, 신촌마을 제삿밥이나 잔치음식을 먹으러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제주 올레가 18코스를 만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길을 이어서 재탄생시킨 길이라니 올레 정신으로 만든 올레길이다. 멀리에 봉긋봉긋 솟아있는 오름들을 보는 게 재미있다.




18코스 멋진 해안 올레의 시작 : 시비코지


곧 바다를 향한 오솔길로 들어가면 시비코지가 나온다. 시를 적은 비석이 있는 코지라서 시비코지인 듯하다. 채바다 시인이 '이성환 영전에 바친다'는 시가 있다.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이제 바다를 실컷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물속을 마음껏 노래할 수 있게 되었구나'가 된 이성환 님은 아름다운 제주 바다에서 평온함을 보내고 계실 것이다. 이렇게 올레꾼들이 와서 이름을 읽어주고, 남겨주니 외롭지도 않겠다. 이성환과 채바다는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닭머르 바위 


시비코지에서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울퉁불퉁 현무암 바위들을 따라 걸어가면 '기분이 조커 등요'가 된다. 닭머르(닭모루, 닭머리) 바위까지 신나게 걷는다. 닭머르의 벼슬을 담당하는 정자의 2층에 앉아 백록담에서 먹을 예정이었던 김만복 김밥을 먹는다. 분명히 땀을 많이 흘리면서 걸었는데, 이 곳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바닷바람이 뼛속까지 시원하다! 이런 느낌은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제주에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가 모자라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신촌포구


이제 마을길로 들어가서 신촌포구에 도착한다. 신촌리는 수박과 참외, 배추가 유명한 마을이라고 한다. 




파호이호이 용암류가 만든 대섬(죽도)


대섬이 나온다. 카카오맵을 주로 보면서 올레길을 따라가는데, 여기가 이어지긴 한 거야? 하는 의문이 드는 지도 상의 그림이 바로 대섬이었다. 



이곳은 조천마을과 신촌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김녕에서 본 것처럼 끈적함이 덜한 파호이호이용암이 넓은 지역으로 퍼진 지형이다. 거기다가 겉은 굳었지만, 내부는 아직 뜨거운 용암이라서 안에서부터 부풀어 올라 솟은 투물러스(tumulus) 지형도 있어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투물러스는 라틴어 'tumeo'에서 유래한 말로, '작은 산 또는 언덕'이란 뜻이다. 




조천마을 용천수


대섬을 지나면 조천읍 조천리이다. '용천수 탐방길'이라고 하여 물이 풍부한 조천 마을의 용천수들을 자랑하고 있다. 설문대할망이 빨래할 때 한 발은 장수물에 따른 한 발은 관탈섬에 디디고 빨래를 했다는 그 장수물도 조천에 있다. 




연북정 그리고 조천진성


곧 연북정이 나온다. 연북정을 보고 싶었다. 제주에 유배 온 사람들이 제주의 관문인 이 곳에서 한양 소식을 기다리며,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590년(선조 23년) 조천관을 중창하여 쌍벽정이라 칭하다가 1599년(선조 32년) 연북정이라 개칭하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자의 느낌과는 달리 축대 위에 1층으로 세워져 있고, 밖에는 성곽이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임금에게 사랑의 키스를 날리던 곳이 아니라 망루의 군사시설로 지어졌거나 겸하고 있었을 것 같다. 주변을 싸고 있는 성은 '조천 진성'이다. 성곽의 원형이 잘 남아있다. 제주는 화북진성, 별방진성, 수산진성, 서귀진성, 모슬진성, 차귀진성, 명월진성, 애월진성 총 9개의 진성이 있다. 조천진성은 9개 중에서 규모가 작은 편이다. 


< 탐라순력도 > 중 < 조천조점 >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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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성으로 이루어진 조천진은 성문이 남쪽에 하나만 있다. 성문인 남문은 정면 1간의 루가 있는 우진각 초가다. 성벽 위의 회곽도를 오르기 위한 돌계단이 성문 옆에 축조돼 있으며 여장도 설치돼 있다. 남문을 들어서면 바깥마당을 두고 군기고가 자리 잡고 있으며 군기고 중 정면 1간으로 된 대문에 이른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객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객사는 남문을 향해 있으나 서향을 한 것이 특이하다.


객사 왼쪽에 군기고, 오른쪽에도 군기고가 있고, 앞쪽에도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전체적인 배치는 마당을 중심으로 대칭이 되게 ‘ㅁ’를 형성하고 있다. 객사의 영역성을 확보하기 위해 군기고와 군기고 사이에 담장을 두어 공간분할을 했다. 성문의 동쪽에는 북쪽에 연북정을 오르내리는 계단을 두고 높은 석축을 쌓았다. 석축 위에는 ‘연북정’이라 하는 정자가 있으며 그 옆에 부속건물이 덧붙여 있다.


그림 윗부분에 말을 점검하기 위해 설치된 원장과 사장이 보인다. 원장은 우마를 모아놓기 위해 만든 원형목책이며, 사장은 모아놓은 우마를 한 마리씩 통과할 수 있게 만든 좁은 목책통과로다. 사장은 우마의 수효를 파악할 때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한 마리씩 붙들 수 있게 된 장치다. 그림 아래의 기록으로 조천진의 조방장은 김삼중이며 그 휘하의 성정군은 423명인데 이들에 대한 점검과 군기 점검, 그리고 2소 목장의 둔마 505필과 목자 87명을 점검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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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jeju.go.kr/mokkwana/tamla/jejumok/tamla6.htm#expand_lay



조천 바닷길과 조천연대


연북정을 지나 조천 어촌계를 지나간다. 천초 작업을 한 해녀 삼촌들이 천초를 늘어놓고 말리고 있다. 조천연대를 확인하고 꺾어서 카페에 앉아 1시간 동안 휴식을 가졌다. 




조천만세동산


제주 3대 항일 운동 중 하나인 조천 3.1 운동의 장소 조천만세동산에서 18코스는 끝이 난다. 12시 35분이다. 삼양 해수욕장이 10.5km이고, 조천만세동산이 19.8km이니 거의 10km를 걸었음에도 이대로는 아쉬워서 19코스를 이어서 가보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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