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솔 Nov 23. 2022

수술이 다가오는데 기분은 어때?

자아들의 대화


어느덧 수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도 실감이라는 게 안 나고 심지어 일상이 평온하다고 느낄 정도이니 내가 유별난 걸까?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큰 수술인데, 나는 마치 간단한 수술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혹시나 내가 두려움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함에 휩싸일까 봐 스스로 보호하느라 저 깊숙이 묻어버린 것은 아닌지 알고 싶었다. 이럴 땐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시간.  




아솔아. 넌 괜찮은 거니?


나에게 내가 엄마의 마음으로 묻는다. 마음의 음성이 참으로 진실하고 따뜻해서 아련해진다. 나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싶은 사랑가득함이 잔뜩 묻어나기에 듣고 있는 내게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이 채워진다.


글쎄. 난 진짜로 괜찮은 거 같은데, 네가 보기엔 어때? 내가 혹시 숨기고 있는 마음이라도 있는 건가?


눈물이 차올랐다. 너와 나의 눈물이었다. 질문을 한 나와 대답을 한 나의 눈물.



나 너무 괜찮아. 그냥 지금이 아름답거든. 내가 암이란 걸 안고 있는 지금에도 매일이 평온할 수 있어서, 내 몸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할 수 있어서... 내 삶에 더해진 것들이 나에게 불행한 것들이 아님을 알게 됐어.

슬픔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돼서. 그것 때문에 내 삶이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해. 비참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서 감사해.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부정당하지 않고 그대로 느껴지도록 내 마음을 열어둘 용기가 조금 생긴 것도 같고 말이야.   



네 눈물의 의미를 알아. 너는 나의 엄마잖아. 엄마라서 내가 괜찮다고 말하는 걸 다 이해하면서도 또 안타깝고 짠한 그 마음 말이야. 그래서 항상 고마워. 네 덕분에 내가 더 힘을 받아. 날 진짜 사랑해 주는 그 마음을 알고 있어서 두렵지가 않아. 혼자가 아니니까 말이야. 내 안에 있는 엄마 덕분에 난 뭐든 할 수 있어. 외롭지 않고, 언제나 내편인 마음에 기대어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어.



큰 수술을 앞두고 불안하고 두려운 모습을 보여야 나에게 시련을 주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신에게 너무 오만하게 보여서 더 큰 벌을 받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가끔씩 나를 두렵게 만들어. 오만한 건 결국 화를 불러오니까.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 신은 나를 벌하지 않아. 신은 나에게 시련을 주고 그 앞에서 겸손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원하는 분이 아니란 걸 이젠 알거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또 나에게 물어. 진짜로 그 안에 오만함은 없는 거야?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니냐고. 딱 봐도 엄마의 마음이 아니야. 여전히 의심을 한가득 품은 아이가 묻고 있어. 난 다시 아이의 질문 앞에서 한참 동안 마음을 살펴. 혹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두려움이 어딘가 숨어있지나 않을까. 잃어버린 아이를 알아보지 못할까 봐 간절한 마음으로 찾고 있어. 아. 어머니의 마음이 찾고 있는 중이었어. 엄마가 사랑하는 내 아이를 찾는 간절함 말이지. 하지만 사방이 고요해. 그래 그럼 됐어.  



나 괜찮은 거 맞는 거 같아. 아직까지는. 수술 전날쯤 되면 부들부들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폐 수술은 수술 후에 통증이 심한 수술 중 하나라고 했어. 흑. 아픈 건 정말 딱 질색이야. 하지만 이건 지금부터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 어차피 한 순간 겪어야만 할 일이라면 가장 안 아프게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할래. 나 떨고 있니? 잘 부탁한다. 내 몸아 우리 잘 이겨내 보기로 해.




매 순간을 진실하게 살아내려는 나의 치열한 노력이 스스로 짠해.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인걸. 나에게 내가 투명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이런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을 온전히 얻고 있음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도 나의 자아들은 치열한 대화를 나누고서야 서로가 만족한 채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아솔의 궁금증이었던 나는 진짜로 괜찮은가에 대한 답은 진실인 걸로.

 

이전 03화 삶을 살아가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