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수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도 실감이라는 게 안 나고 심지어 일상이 평온하다고 느낄 정도이니 내가 유별난 걸까?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큰 수술인데, 나는 마치 간단한 수술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혹시나 내가 두려움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함에 휩싸일까 봐 스스로 보호하느라 저 깊숙이 묻어버린 것은 아닌지 알고 싶었다. 이럴 땐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시간.
아솔아. 넌 괜찮은 거니?
나에게 내가 엄마의 마음으로 묻는다. 마음의 음성이 참으로 진실하고 따뜻해서 아련해진다. 나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싶은 사랑가득함이 잔뜩 묻어나기에 듣고 있는 내게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이 채워진다.
글쎄. 난 진짜로 괜찮은 거 같은데, 네가 보기엔 어때? 내가 혹시 숨기고 있는 마음이라도 있는 건가?
눈물이 차올랐다. 너와 나의 눈물이었다. 질문을 한 나와 대답을 한 나의 눈물.
나 너무 괜찮아. 그냥 지금이 아름답거든. 내가 암이란 걸 안고 있는 지금에도 매일이 평온할 수 있어서, 내 몸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할 수 있어서... 내 삶에 더해진 것들이 나에게 불행한 것들이 아님을 알게 됐어.
슬픔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돼서. 그것 때문에 내 삶이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해. 비참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서 감사해.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부정당하지 않고 그대로 느껴지도록 내 마음을 열어둘 용기가 조금 생긴 것도 같고 말이야.
네 눈물의 의미를 알아. 너는 나의 엄마잖아. 엄마라서 내가 괜찮다고 말하는 걸 다 이해하면서도 또 안타깝고 짠한 그 마음 말이야. 그래서 항상 고마워. 네 덕분에 내가 더 힘을 받아. 날 진짜 사랑해 주는 그 마음을 알고 있어서 두렵지가 않아. 혼자가 아니니까 말이야. 내 안에 있는 엄마 덕분에 난 뭐든 할 수 있어. 외롭지 않고, 언제나 내편인 그 마음에 기대어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어.
큰 수술을 앞두고 불안하고 두려운 모습을 보여야 나에게 시련을 주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신에게 너무 오만하게 보여서 더 큰 벌을 받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가끔씩 나를 두렵게 만들어. 오만한 건 결국 화를 불러오니까.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 신은 나를 벌하지 않아. 신은 나에게 시련을 주고 그 앞에서 겸손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원하는 분이 아니란 걸 이젠 알거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또 나에게 물어. 진짜로 그 안에 오만함은 없는 거야?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니냐고. 딱 봐도 엄마의 마음이 아니야. 여전히 의심을 한가득 품은 아이가 묻고 있어. 난 다시 아이의 질문 앞에서 한참 동안 마음을 살펴. 혹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두려움이 어딘가 숨어있지나 않을까. 잃어버린 아이를 알아보지 못할까 봐 간절한 마음으로 찾고 있어. 아. 어머니의 마음이 찾고 있는 중이었어. 엄마가 사랑하는 내 아이를 찾는 간절함 말이지. 하지만 사방이 고요해. 그래 그럼 됐어.
나 괜찮은 거 맞는 거 같아. 아직까지는. 수술 전날쯤 되면 부들부들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폐 수술은 수술 후에 통증이 심한 수술 중 하나라고 했어. 흑. 아픈 건 정말 딱 질색이야. 하지만 이건 지금부터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 어차피 한 순간 겪어야만 할 일이라면 가장 안 아프게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할래. 나 떨고 있니? 잘 부탁한다. 내 몸아 우리 잘 이겨내 보기로 해.
매 순간을 진실하게 살아내려는 나의 치열한 노력이 스스로 짠해.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인걸. 나에게 내가 투명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이런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을 온전히 얻고 있음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도 나의 자아들은 치열한 대화를 나누고서야 서로가 만족한 채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아솔의 궁금증이었던 나는 진짜로 괜찮은가에 대한 답은 진실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