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솔 Nov 28. 2022

남편은 어때?

요즘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

건강상 문제가 생긴 이후로 질문받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질문이라기보다는 제가 먼저 꺼내는 이야기예요. 이제는 꽤 덤덤히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저에 대해서 많이 들여다보려고 했거든요. 그 결과 걱정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지금 상태를 조금은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걱정했던 사람들도 저를 만나고 나면 오히려 좀 안도하는 모습이고요.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이 있어요.


"남편은 어때?"

    

만나는 사람마다 거의 백이면 백 이 질문을 해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좀 난감합니다.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제가 걱정돼서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을 상상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현실 속 제 남편은 음,,, 자기 아내에게 생긴 일을 알고는 있는 걸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 때가 종종 있답니다. 표현을 안 하고 무심한 사람이란 걸 아는데, 언제까지 저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좀 궁금하긴 했어요. 근데 지금도 한결같더라고요.


"자기야. 사람들이 요즘 나한테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여보의 상태야. 뭐라고 말해야 해? 내가 보기엔 자긴 요즘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걱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인 걸?"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에게 물었어요.


"당연히 걱정하지. 근데 내가 울상을 하고 있으면 자기가 기운 빠질까 봐 일부러 웃고 있는 거야."


헐. 실실 웃으며 저런 말을 던지고 있는 남편이 어이없어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아냐 아냐~~~ 당신은 제외라고! 다른 사람들이 내 앞에서 걱정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별로지만, 당신은 절대 예외라고!!! 제발 눈물 그렁그렁 좀 해보라고오~~~~!!"


상황을 모르지 않지만 무겁지 않도록 우회하는 걸 선택하는 남편이 맘에 들지 않아요. 왠지 잔뜩 억울한 마음에 씩씩대며 투정을 부려보지만, 어쩐지 제 말에 진실함이 안 느껴집니다. 웬만한 상황에서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는 남편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가볍게 사는 걸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고 답 안나오는 주제를 좋아하는 저와 너무 다른사람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좀 달라야하지 않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지만, 저는 더이상 그의 외부적인 반응에 영향을 받지 않더라고요. 저는 조건에 상관없이 남편을 사랑하고 있거든요. 저도 이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의 무심함에 힘들어했어요. 고쳐지지 않는 무심함은 저에 대한 사랑이 없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부부상담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최근에 이런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됐어요. 제가 원하고 바라는 상은 온전히 저의 생각일 뿐 남편은 지금 그대로가 그의 모습이잖아요. 내가 나인 그대로 살고 인정받길 원하는 것처럼, 남편도 자기인 그대로 인정받고 싶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제가 싫어했던 건 남편이 아니고 그를 미워하는 제 모습이었다는 것도 알게됐어요. 그때부터 남편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던 마음의 빗장이 풀어졌어요.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땐 내가 불행했지만, 그대로를 인정하고 나니 지금은 행복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서는 남편이 더이상 조건적으로 좋고 싫음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아요.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 제 마음을 확인했으니까요.  


그렇다해도 지금은 남편이 저로 인해 괜스레 마음 아파하길 바라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지요. 그런 모습을 사랑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은 아이가 제 안에 있거든요. 헌데 이런 마음도 귀엽게 받아들여 줄 수 있는 형님도 있기에 형이 막내 동생보듯 그냥 귀엽게 바라봐 줍니다. 그래도 제가 남편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에게도 전달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남편이 달라진 건 없는데 어딘지 모르게 따뜻함이 더해지긴 했거든요. 요즘 같은 상황에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우리 부부의 넉넉함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남편은 어떤가하면 잘 지냅니다. 평소처럼 회사 끝나면 운동도 다녀오고, 밤 늦게까지 게임도 하고 만화도 봐요. 주말엔 애들 밥도 잘 챙겨주고, 설겆이도 잘합니다. 관심사가 너무도 다른 제 이야기도 꾹꾹 참으며 들어줍니다. 여전히 한결같습니다. 질문에 대답이 됐을지 모르겠네요.  ^^    


 



이전 05화 나에게만 보이는 해시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