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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솔 Dec 07. 2022

4인실 이야기

네 여자

202호 병실.


커튼 칸막이 너머로 한 여자가 울기 시작한다. 나보다 하루 뒤에 입원한 언니뻘인 여자. 조용히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 커져 한탄 섞인 울음소리가 병실에 퍼졌다. 간호사가 놀라서 달려와 여자를 달랬다. 간호사가 떠난 이후에도 여자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마음이 아팠다. 그쪽 침상으로 넘어가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수줍음이 많은 나는 여태 눈인사 한번 제대로 건네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여자는 밤새 앓는다. 앓는 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으려고 애써 참아보지만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가 내 귀에 또렷하게 들려온다. 나아지지 않는 몸 상태가 얼마나 힘들까. 원인을 알 수 없어 검사는 계속되고, 몸은 더 받아주질 않는다. 여자의 목소리는 가늘고 힘이 없는데, 자식과 통화할 때는 밝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한참을 울고 난 여자의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졌기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전하는 것뿐.


옆 침상의 여자는 어제 들어왔다. 역시 수술 후 통증으로 힘들어한다. 아침에 일어난 여자가 조용히 전화를 건다. 여자의 첫마디. 엄마. 아플 때 찾을 수 있는 엄마가 있는 여자가 부러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나에겐 엄마의 품이었다. 요즘 나는 아픈 척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아무런 계산 없이 투정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리라. 지금을 스스로 이겨내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더 씩씩해져 버렸다. 옆에 엄마가 있었으면 마냥 엄살을 부리며 나한테 쏟아주는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누리고 싶었을 테지. 그립다. 우리 엄마


옆 자리 여자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엄마, 생일 축하해.."

작고 힘없는 소리였고, 더는 말을 잊지 못했다.

핸드폰 너머에서도 목메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전화를 끝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린다. 코 훌쩍이는 소리에 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슬픔이 가득했다.


앞자리 어머님은 일주일 사이 수술을 두 번이나 하셨다. 내가 입원한 날 첫 수술 하시고, 이틀 전 두 번째 수술. 두 번째 수술한 날 밤새 통증으로 끙끙 앓으셨다. 다음 날 아침 약을 먹은 후엔 약에 취해 하루 종일 기운도 못 차리신다.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하시기에 화장실 대신 기저귀를 사용하는데, 조무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을 때마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신다. 어떻게든 혼자 움직여보려고 일어나서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괴로워하신다. 결국 눈물을 흘리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서글프셨던 걸까.


커튼 너머 어머님을 위해 기도했다. 얼른 회복하시기를. 수술 후 통증에서 벗어나시기를. 재활 잘하셔서 튼튼한 새 무릎으로 잘 걸어다시시기를.


4인실에는 네 명의 여자가 있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모두에게 비슷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나는 오늘 퇴원해서 이들을 다시 만나진 않겠지만, 다들 돌아가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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