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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 일 인분 Dec 08. 2016

빠알간 조각

피식- 풋-

한 대학교 교정을 헤매고 있었다. 아니, 빙글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길찾기 앱을 믿지 못하고 지름길을 찾는 중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통로가 있을 것 같아 한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이에게 길을 물었다. 그는 담배불을 끄고 내게 길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에 피식- 웃음을 참았다.


바람이 불었다. 낙엽이 떨어졌고, 빠알간 잎사귀 하나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그는 그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고, 내 시선은 그의 머리에 멈춘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행선지를 설명하고 있었지만, 낙엽은 그새 머리칼과 엉크러져 또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경쾌히 살랑거렸다. 나는 풋- 또다시 웃음을 참는다.


그가 설명해준 길을 따라가다 뒤돌아보니 그의 뒷 모습에는 그 반짝이던 붉은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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