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제야 나는 존엄한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사실 이런 일을 당하기 전에는 존엄한 죽음과 연명치료 등은 언제 시작되는 것이고 어떻게 의사결정이 되는 것인지 잘 알수 없다. 그래서 이번 아빠가 돌아가시는 경험을 하면서 몇 가지 생각할 지점들이 있어서 남겨본다.
첫째, 아빠는 심정지가 오신 뒤 병원에서 17일을 보내고 돌아가셨다. 그런데, 사실상 심정지가 오고 인공호흡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하는 순간 연명치료의 일부를 이미 시작하는 것이다. 인공호흡기를 한 후에는 인공호흡기를 빼는 결정을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의사 선생님이 너무 좋은 분이셔서 우리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주셨지만, 그렇게 인공호흡기를 빼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확인이 되고 확실히 뇌사상태라는 것이 확인이 되어야 인공호흡기를 뺄 수 있다. 그리고 즉 의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뇌파가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면 인공호흡기를 빼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중환자실에서 몇 달을 혼자서 지내시다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둘째, 연명치료 및 존엄한 죽음에 대한 결정은 살아계실 때 꼭 이야기를 나눠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아빠가 살아계실 때 그런 이야기를 해놓지 못했다. 그래서 가족들 모두 아빠가 살아계실 때 늘 하셨던 말씀을 기준으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 결정이 가족들을 꽤 괴롭힌다. 정말 이 결정이 아빠가 원하셨던 것일까? 그런 고민을 수도 없이 했고, 결정을 하고 나서도 그게 정말 아빠를 위한, 아빠가 원했던 결정이었을지 등의 생각들이 아빠를 떠올릴 때마다 떠오른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지 위해서는 미리 가족들과 논의를 해놓는 게 좋겠다. 그리고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사전연명의향서를 각 지자체의 관련 기관에서 작성해서 제출하면 그런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한다.
셋째, 연명치료나 존엄한 죽음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후 전반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족들이 모두 미리 상의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죽음을 일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상당히 회피하는 문화인 것 같다. 예전에 엄마에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핀잔을 먹었던 적이 있었고, 그 뒤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경험을 해보니 가족들 사이에 돌아가신 이후에 화장을 할지 아니면 매장을 할지, 유골은 어디에 모시면 좋을지 등 이야기까지 미리 해놓는다면 일이 닥쳐서 당황하거나 추측할 필요 없이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돌아가신 지 사실은 3개월도 다 되어가지 않는 시점인데, 나는 현실에 다시 잘 적응해 가는 중이다. 울컥울컥 하면서 우울하던 마음이 되는 빈도도 줄어들어간다. 그러다가 아빠에게 죄송해진다. 이렇게 아빠를 잊어도 되는 것인가 하고... 하지만 남편이 이렇게 위로해 줬다. 돌아가신 아빠도 내가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실 거라고... 그래서 그렇게 믿고 꿋꿋이 잘 지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