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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Dec 31. 2023

홍합탕에 빠진 '이것'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시간)

돌밥에 대처하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다음 메뉴를 정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조건 간단할 것. 지난 며칠간 먹었던 것과 겹치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다.


오늘도 고민을 한다.

어떤 메뉴가 오늘 내 고민의 답이 될 것인가.


마트 안에서 유유자적 팔자걸음으로 걸으며 식재료들을 살펴본다.

저건 재료손질이 귀찮아서 안돼.

저건 양념이 힘들어서 안돼.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안되고 안되고.

그러다 눈에 들어온 홍합 한 봉지.

'그래, 저거다!'


최근까지 김치찌개와 김치콩나물국을 먹었기에 뭔가 맑은 국물이 먹고 싶었다.

그리고 홍합탕이야말로 큰 요리스킬이 필요 없는 그저 끓이면 되는 요리 아니었나.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1. 홍합을 씻는다. 

2. 레시피를 후루룩 살펴보니 양파와 대파를 넣고 끓이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한다.

3. 아이들 때문에 맵게는 끓일 수가 없어서 다진 마늘, 대파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하며 마무리한다.


쉬워도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근데 이것 말고는 준비한 것이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볶음밥도 같이 해본다.

계란, 각종 채소, 굴소스를 넣고 열심히 볶아본다.

심지어 볶음밥도 레시피를 찾아보며 뭔가 빠트린 건 없나 확인했다.

짜잔.

저녁밥 완성.


기대와는 달리 홍합은 먹지 않겠다는 첫째와 볶음밥이 싫다는 둘째.

어미가 힘들게 해 놓은 밥을 거부하다니.


어찌어찌 어영부영 달래서 밥을 먹이고 남편과 친정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홍합탕도 좋고 볶음밥도 좋단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다고 한다.

소금을 좀 넣어보라고 건네줬다.

그러더니 간이 맞다며 잘 먹는다.


다 먹더니 한 마디씩 한다.

"아무래도 뭔가 빠진 것 같아."

"싱거워?"

"아니. 소금 넣으니까 괜찮은데 그래도 뭔가 빠졌어. 뭐지."

"그러게 뭘까? 레시피에서 넣으라고 한건 다 넣었는데."

"아, 뭔지 알겠다. 뭐가 빠졌는지."

"뭔데? 뭐가 빠졌어?"

.

.

.

"그게 빠졌어. 바로 이 빠졌네!"

...


잘 먹고선 하는 말이라니.


근데 내가 먹어봐도 뭔가 좀 아쉽긴 하다.

하지만 빠진 게 뭐 맛만 빠졌겠나. 

정성도 빠진 듯하다. 

어떻게든 한 끼를 때워보려는 속셈으로 매 끼니를 대하다 보니 매번 정성을 들이긴 힘들다.

그래도 이렇게 모두들 배부르면 되었다.

나는 이미 만족.


요똥네 가족은 이렇게 오늘도 맛이 빠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럼 내일은 또 뭘 해볼까? 잃어버린 맛을 한 번쯤은 찾아오고 싶다.



그동안 요똥이가 뭘 먹고 사는지 관심 가지고 봐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요똥이의 먹고사는 법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에는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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