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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Dec 24. 2023

이것은 '부대찌개'인가 '라면'인가.

밀키트도 맛을 봐야 하나요.

매일매일 고기파티를 하다 보니 가끔은 고기가 없는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뭘 먹을 것인가.


이것저것 재료준비 필요 없는 밀키트를 한번 살펴본다.

밀키트도 별거 없구먼.

얘도 고기, 쟤도 고기.


음. 그래. 오늘은 부대찌개. 

이걸로 결정.

그런데 고기는 없지만 햄이 많으니 그게 그거인가.


1. 역시 밀키트. 모든 것이 다 손질되어 있다.

2. 오늘은 신중하게 설명서에 적힌 대로 물 800ml를 계량하여 넣는다.

3. 나머지 모두 다 때려 넣는다. 

4. 다 끓으면 라면 사리를 넣고 

5. 마지막으로 치즈를 넣으면 끝.

아주 완벽하다!

심지어 지난번엔 치즈 넣는 걸 깜박해서 온 가족의 원성을 들었는데 이번엔 마지막 치즈까지!


자신만만하게 부대찌개를 내놓았다.

맛을 본 남편의 반응은.

.

.

.

"음.. 뭔가 부족한데?"


그럴 리가!

아차차. 맛을 보는 걸 깜박했다.

레시피대로 완벽히 따라 하면 맛은 저절로 나오는 것 아닌가.

굳이 내가 장금이도 아닌데 맛을 볼 필요가 있을까.

밀키트 레시피를 믿어도 너무 믿었나 보다.


결국 양념통을 뒤적뒤적하던 남편이 꺼내온 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고이 모셔둔 라면스프.

"아니 이럴 거면 그냥 라면을 끓였지!"

만류하는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라면스프를 찹찹 뿌렸다.

그리고선 결국.

"음~ 이 맛이야!"


그래. 그 맛이라는데 내가 어쩌겠나.


내가 끓인 것은 부대찌개인가, 라면인가.

그 정체는 아리송하니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오늘도 한 끼의 식사가 끝났다는 것.

쉽게 만족하는 나는 바로 요똥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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