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교 교수는 이런 연구도 했다.
외모가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
하버드대 에트코프 교수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0년 후에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행복도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잘났고 남들도 나를 황홀한 눈빛으로 쳐다봐 주는데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나. 그리고 그렇게 계속 살아가면 삶이 더 평탄하지 않을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사회초년생 시절.
아직도 기억난다. 외환은행 시청역 지점.
점심시간을 이용해 빠르게 은행업무를 보려고 지점에 들렀다. 뭘 하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을 들고 창구에 갔다. 외모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15초 정도라는데 역시나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느꼈다. 내 일생의 이상형을 만났다는 것을.
은행원 특유의 단정한 복장과 헤어스타일. 당연히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니 부드러운 미소와 사근사근한 말투로 일처리를 진행했다. 어쩌지. 이 남자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오늘따라 은행업무는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 거지.
그때 눈에 들어온 카드 전단지.
"이 카드가 혜택이 좋은가요?"
"네, 고객님. 창구에서 바로 가입하실 수 있는데 가입하시겠어요?"
"네~~~"
내가 봤던 것이 대출전단이 아니었기에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하자는 걸 다 할 뻔했다.
통장잔고도 다 보여준 사이에 못할 일이 뭐가 있나. 그때만큼 은행업무가 그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다.
이렇게 고객이 알아서 카드도 가입해 주고 실적을 올려주는데 자존감이 어떻게 안 올라갈 것이며 행복도가 낮을 수가 있나. 평생이 이럴 텐데.
그럼 앞으로 나의 자존감은 어쩌나.
...
거울을 다 없애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