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이 된 나의 첫사랑

아직도 기억나는 우리의 절약육아 시절

by 트윈플레임

2월 28일.

첫째 아들의 생일이다.

2월이면 아들을 처음 만났던 때와 지금까지의 짧지만 행복했던 이 아이와의 예전 기억들이 새록새록 다시 살아난다.




임신, 출산이 처음이니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 당시 벌이가 없는 백수남편을 두고 있던 나는 어찌 됐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만이 최고의 관심사였다.


출산과 육아는 책을 통해 배웠다.

미국교포인 형님으로부터 조카 물건을 몇 박스 물려받았는데 거기 딸려온 출산 관련 책을 열심히 읽었다. 외국서적이라 그런지 정말 자세한 사진과 설명이 있었고 사실적인 사진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 밖의 실제 출산 스토리는 인터넷 카페에서 열심히 찾아 읽었다.


순전히 비용 때문에 자연분만을 하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쉽게 목표를 이루었다.

나는 타고난 출산드라였는지 그 어떤 이벤트도 없이 3.92kg 남아를 병원 간 지 2시간 반 만에 자연분만으로 낳았고 워낙 건강체질이라 그런지 회복도 빨랐고 컨디션도 좋았다.

사실 아이를 낳은 직후 출산이 이런 거라면 다섯도 낳겠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비용의 이유로 모유수유를 시작했고 또 역시나 돈을 벌기 위해 출산휴가 이후 바로 복직 예정이었던 터라 모두의 평화를 위해 혼합수유를 하기로 했다. 그 당시에는 육아휴직이 많이 없었고 출산 휴가 이후 바로 복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복직 후에도 열심히 유축을 해서 모유수유를 혼합일지언정 8개월까지는 유지했다. 그저 비용의 이유였고 이것저것 골고루 먹으면 다 좋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비용을 줄이자니 대부분 아이용품은 중고였고 새 제품을 샀다가도 깨끗하게 쓴 후 다시 되팔았다.

하지만 중고로 살 수 없는 제품이 있으니 그건 기저귀였다.

그래서 기저귀는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천기저귀를 사용했다.

생각보다 사용은 힘들지 않았고 빨래걸이에 가득 널린 흰 기저귀천이 펄럭거리는 것을 볼 때면 묘한 쾌감이 들기도 했다.

어린이집을 8개월부터 다니느라 그 이후로는 부득이하게 일회용 기저귀로 바꾸긴 했지만 아이 아빠는 지금도 자기만큼 아이 기저귀를 많이 빨아본 아빠가 있겠냐며 은근한 기저귀 부심을 나타내곤 한다.

돌잔치 사진

첫 아이 육아는 첫사랑과도 같아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고 무엇을 하더라도 즐거웠다.

흔히들 말하는 국민 아이템 하나 없이 키우는 걸 전통육아라고 얘기하며 혼자서 재미있어하곤 했다.

오히려 비용절감이 최대 목표였던지라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쉽게 아이를 키웠던 것 같다.

돈 들면 패스, 돈 안 들면 선택. 굉장히 단순한 선택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절약하며 키웠다고 사랑마저 절약하지는 않았으니 아들은 첫째로써 혼자 오롯이 모든 사랑을 다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을 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도 엄마 아빠의 절대적 지지와 동생의 동경까지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정말 이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초등학교의 최고학년이 되는 올해.

언제 이렇게 아이가 자랐나 싶고 또 언제나 아기 같던 아이가 이렇게 자란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


이제 우리의 절약육아는 끝이 났으니 돈을 많이 쓰던 적게 쓰던 올해는 더욱 즐거운 한 해가 되길 기도해 본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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