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게 회식이란

CCTV는 끄고, 순간을 즐겨라!

by 트윈플레임

핸드폰 시계를 본다.

저녁 7시 28분.

아마도 지금쯤 저녁을 다 먹고 좀 쉬었을 테지.

숙제하라고 전화를 해야 하나.


식사를 하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마음 한구석은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있다.

내 머릿속을 지금 들여다보면 아마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을까.


하루쯤 공부 빼먹고 유튜브 본다고 큰일 나지 않을 테지만 괜히 이 하루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아이들의 습관을 무너뜨리지는 않을까 그리고 아이를 봐주시는 엄마가 너무 힘든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슬며시 올라온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회식자리는 즐겁다.

이 얼마만의 어른들과의 술자리인지.

술은 못 마시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다.

좋다. 애들 없이 보내는 저녁.


예전에 직장선배가 회사에 나오는 게 쉬는 거라더니.

그때는 이렇게 힘든 회사에 쉬러 나온다니 미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이 백번 이해 된다.

이렇게 밖에 나와 있으니 애들 생각은 하나도 안 난다.

회사에서 사주는 공짜 밥과 술은 나의 모성본능도 잠시 마비시키는구나.

어쩌면 애초에 그런 건 없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CCTV어플을 켜서 아이들을 살펴본다.

아이들은 각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본다.

으이구. 그럼 그렇지.

아이들 성화에 아빠와 할머니 핸드폰을 쥐어준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숙제하고 그 뒤에는 자기 전까지 책이나 좀 봤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에는 그런 아름다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가 나서서 뭐 할 시간인지 알려주고 확인을 해도 할까 말까이니 애초에 기대를 하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좀 크니 큰애는 엄마가 없는 것을 특히 반긴다.

잔소리꾼이 없어지니 얼마나 좋을까.

저녁 9시. 서둘러 회식을 파하고 집에 들어오니 첫째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본다.

"엄마 언제 또 저녁 먹고 와?"


눈으로 레이저를 날리며 대답했다.

"엄마는 앞으로 회식 안 하려고."

내가 말하고도 우습다.

진심 아닌 것 티 날까.


다음 달에는 1박 2일로 출장을 갈 텐데 이를 어쩌나.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간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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