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교사 시절, 그림책 수업을 연구하고 싶었다. 유명하다는 연구회에 가입해 그림책 수업 연구를 시작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버스 타고 30분을 꾸역꾸역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썩 즐겁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내 주변에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스치고, 2023년 처음으로 교육청 실천연구회에 선정되어 그림책 수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처음 만들 때 연구회 회원은 대부분 대학 동기들이었다. 연구회 시작할건데 도와달라고 함께하자고 모인 친구들이었다. 결혼, 출산 등 삶의 변화가 생기며 떠나갔지만 점점 다른 연구회 회원이 생겼다. 1정 연수에서 우연히 알게 된 지수 선생님, 대학 생활에 알고 지내다 다시 만난 레네 선생님, esd 자료 개발을 위해 교육청에서 맺어진 상미 선생님과 지예 선생님, 나눔 연수를 듣고 자발적으로 연구회 신청해 주신 나진 선생님까지. 나름 중견 연구회가 되었다. 교사도 3년이 지나면 1정 연수를 받으니, 연구회로써 나름 인정을 받은 셈이다.
안정화. 너무 하고 싶었다. 운영 초기에는 총 인원의 반밖에 참여를 안하기도 하고, 연구회 날짜에 다른 약속을 잡으시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어떻게 해서든 꼬셔서 참석을 하게 하느라 지치기도 했다. 운영도 내가 하고 예산도 내가 사용하고 와달라고 매달 말씀드리는 일이 버거웠다. 그만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해온 게 아까워서라도 꾸준히 했다.
작년부터는 그런 어려움이 싹 사라졌다. 연초에 연구회 일정을 먼저 잡고 우선시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출석률이 90%가 넘어가고, 주말에 함께 그림책을 보러 도서전에 가기도 했다. 연구회에서 만나면 근황토크를 시작한다. 그림책, 어린이책을 나누기 전에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맘껏 웃는다. 각자 수업한 그림책을 읽으며 "저도 이거 읽어봐야겠어요!" 말하며 그림책 표지를 잔뜩 찍는다.
2026년 첫 발을 내딛은 오늘. 어느때보다 확신이 든다. 올해 연구회는 더 즐겁고 더 알찰 것이다.
그림책이라는 매개체로 함께 만난 우리는 이제 누구보다 서로 응원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축하할 일에 박수쳐주고 부당한 일에 함께 화내면서 더 끈끈한 공동체가 되었다. 개인적 일로 연구회를 못 하게 되는 날이 오면 무척 아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