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가는 길
어릴 땐, 참 부러운 것이 많았어요.
공부를 잘하는 친구도 부럽고,
글씨를 예쁘게 쓰는 친구도 부럽고,
키가 큰 친구도 부럽고,
예쁜 옷을 입은 친구도 부럽고,
학원 다니는 친구도 부러웠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좀 덜 부러울까 싶었는데,
종류가 달라졌지 여전히 부러운 것들 투성이네요.
20대 때는,
멋진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가 부럽고
마음껏 여행을 다니는 친구도 부러워요.
집에 돈이 많아서 여유 부리며 노는 친구도 부럽네요.
30대가 되어서는
결혼한 친구가 부러워요.
아기를 빨리 낳아 벌써 초등학교 학부모가 된 친구가 부러워요.
멋져 보이는 남편과 인자한 시댁도 부럽고요.
최근에 집을 샀다는 친구도 부러워요.
40대가 되어서는
젊음이 부러워요.
뭐가 그리 치열했는지 그냥 좀 더 즐기며 살걸.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내 삶은 왜 이렇게 재미없고 참기만 한 것 같은지.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즐기며
걱정은 뒤로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걱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가네요.
50대가 되어서는
건강이 부러워요.
건강이 최고란 말이 몸소 느껴져요.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저 사람들은 가진 것도 별로 없었는데
참 사이가 좋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이 짙어져요.
자식을 잘 키운 그 집도 부러워요.
저 가족은 함께 잘 놀고 여행도 잘 다니네요.
다 지나고 나니.
이제 내 삶을 돌아보게 돼요.
나는 어떻게 살아온 걸까요.
누군가를 계속 바라본 것 같은데,
거기에 나는 없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요.
그림작가: @ee_.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