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면 마음의 온도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들 해요.
어린 시절부터 내 주변을 감싸온 사람들의 온도가
나의 온도를 결정하게 되지요.
어느덧 서른이 되었네요.
내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인지 궁금했어요.
어린 시절, 아빠가 만들어준 따뜻한 밥솥 빵에서
온기가 스며들며 5도가 높아졌어요.
초등학생 시절, 아파 누워 있을 때,
엄마가 곁을 지켜 주며 머리에 손수건을 올려주고
손에 귤을 쥐여주던 날,
그 순간의 사랑으로 5도가 더 올라갔어요.
하지만 학창 시절,
친구들이 뒤에서 내 욕을 했던 날,
차가운 온도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10도 떨어졌어요.
20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장님께 모질게 혼났던 날,
내 마음의 온도 역시 5도 떨어졌어요.
차가워진 내 마음의 온도를 느낄 새도 없이,
주변이 차가운 온도로 가득 차서
따뜻함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어른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따뜻한 마음의 온도를 가진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몰려드나봐요.
저길 봐요.
또 저기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나도 내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의 온도도 따뜻했던 적이 있었죠!
그때를 떠올리니,
내 마음의 온도가 1도 높아졌어요.
어머나. 내가 내 마음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니.
이 사실을 저만 알았을까요?
어쩌면 사람들은
따뜻했던 자신의 마음의 온도가
다른 사람 때문에 식어버릴까 봐
겉으로 꽁꽁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꽁꽁 숨기느라
제게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 어쩌면
제가 본 주변의 차가움은
진짜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서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먼저 말을 걸어봤어요
차가운 줄 알았던 그 사람이 미소 지어요.
역시. 이 사람 마음속에도 따뜻한 온도가 있었나 봐요.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대화하고 나니
내 마음의 온도가 5도나 올랐어요.
서른 살에 마음의 온도가 결정된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었나 봐요.
그림작가_@ee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