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도 몸이 허한 날은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으니 영락없는 중년이다.
얼마 전 우정욱 선생님 댁에서 끓여주신 떡국 생각이 계속 났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멸치국물 내서 업진살 넣고 끓여내 달걀을 후루루 풀어 마시니
그날 먹은 떡국 맛이 어렴풋이 난다.
땀이 뻘뻘 나게 떡국을 먹고 나니 기운이 난다.
과외 수업 다녀온 스앵님 강아지도 한 그릇을 뚝딱 자신다.
행복하다. 이 여름밤도
멸치를 센 불에 달달 볶아 육수를 우려낸다. 시판 멸치 맛국물 육수 포도 넣고 황태 대가리도 넣고
디포리도 왕창 넣었다. 좋은 국물용 멸치가 있다면 멸치만으로도 훌륭한 육수를 우려낼 수 있다.
기술이 부족하다면 나처럼 재료로 승부하자.
업진살을 준비해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우려낸 육수를 부어 끓여낸 후
떡국떡을 넣고 보르르 끓여낸다. 달걀물을 부어 잘 저어주어 떡국 안에 잘 풀리게 한다.
파 송송 썰어 올려 낸다.
정갈하게 달걀지단을 만들어 올려먹기도 하는데
이런 게 이북식인지 몰라도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먹는 떡국은 이렇게 늘
계란이 국물 안에 풀어져 있었다. 좀 거칠지만 더 진하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