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0. 쉬어가기
휴... 수많은 나의 직업학교를 지금까지 하면서 이제 마지막 실습과 더불어 그 날의 마지막 이야기들만 남았다. 2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기억을 더듬어 적다보니, 다시 그날의 시간으로 나를 데리고 가주어서, 나에겐 꽤나 신선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재방을 잘 보지 않는다. 한번 본 드라마, 영화, 예능... 혹은 책.
다시 본다고 해도 그날의 감정들, 감동들, 혹은 수많은 생각들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주 가끔 예전에 보았던 영화와 책은 1년에 한 두번 정도 다시 보기를 한다.
재방을 안보는 나에게도 예외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건, 당시의 기억에 아주 각렬하게, 열렬하게, 열정적으로 각인이 되어서 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나는 ' 네버엔딩 스토리 1편과 2편' ' 강시선생' ' 죽은 시인의 사회' '노팅힐' 등의 영화를 계절이 바뀔 때 쯤에 한번씩 다시 꺼내서 보고는 한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과 크리스마스에, 강시 선생은 여름에, 죽은 시인의 사회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노팅힐은 봄밤에... ...
네버엔딩스토리라고 하면 다들 노래를 떠올리겠지만, 나에겐 어린 시절 꿈을 주었던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보다 더 익숙한 판타지 영화다. 주인공이 책속으로 들어가 환타지아라는 왕국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미칠듯이 매번 열광을 하고, 팔콘을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지금의 기술로 네버엔딩스토리를 보면, 정말 허접중에 왕 허접이겠지만, 내 눈엔, 엄청난 CG 기술이 없어도, 최고의 환타지 영화다. 잃어버린 동심을 다시 되찾기에도 더없이 좋은 영화가 바로 네버엔딩스토리이기도 하다.
강시선생은 정말 어렸을 때 부터 뱀파이어나 드라큘라 보다 더 열광했는 데, 강시는 여전히 나에게 두려운 존재다. 숨을 참아야만 도망칠 수 있는 것도, 그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서 목덜미를 물거나, 그보다 더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서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목덜미에 땀이 한줄기 훅- 하고 흐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 강시영화 특유의 개그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에 보고는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고등학교 때 영화부에 들어간 날 첫 번째 영화로 보게 된 작품이었다. 당시 영화부의 선생님은 씨름을 하시다가 사회 선생님이 되신 분이었는 데, 젊은 나이와 걸맞지 않게, 낭만이 있으신 분이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서 감상문을 제출하게 되었는 데, 선생님께서 내 감상문을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신 기억이 난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말이었는데...
" 미소 한스푼, 눈물 두스푼 이라는..." 주저리 주저리...
벌써 20년이 흘러서 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 걸 양해 바란다.
그 기억에 한 켠에는 선생님의 다정한 눈빛도 포함이고,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같은 선생님이 꼭 사회 선생님 처럼 보이는 환상 속에서 한동안 살았었던 나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팅힐. 나의 인생 영화인데, 줄리아로버츠가 그 큰 입으로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면서 휴그렌트를 향해서 웃음을 지으면... 나도 같이 따라 웃게 된다. 무엇보다..!! 휴그렌트가 하던 노팅힐의 여행 서적전문점은 나의 해외 여행 계획에서 ( 매년 계획 뿐인, 나는 한번도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빼놓지 않고 적어두게 되었다. 있든 없든 간에 노팅힐에 가면 그 앞에서 무조건 사진을 찍을 거라고!!
게다가 줄리아 로버츠가 신고 나왔던 반스 운동화며, 버켄스탁보스턴 까지... 거기에 휴그렌트와 부딪혀서 커피를 쏟았을 때 그녀의 옷차림이란... 2021년에 보아도 전혀 낯설지가 않은 완전 아름다운 모습 이다!!
나의 로망을 100% 충족 시켜주는 모습 이랄까? 그리고 스토리 라인은 어떤가? 완벽하다... 멋진 스타와 책방 지기의 사랑이라니... 눈에 별들이 쏟아질 만큼 가슴이 설렌다. 뭐, 이건 다 나의 생각일 뿐이고, 내가 계절마다 하는 루틴이다.
이런 루틴들이 나를 하루 하루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5월의 늦봄과 초여름을 지나서, 겨울까지를 보내면서 미장과 타일을 하면서 겪은 나의 생활도 이런 루틴에 포함 된다. 그 기억들을 가지고 나는 죽고 싶었던 사람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힘든 날을 겪는다.
아주 가끔 죽고 싶고, 아주 가끔 사람들과 비교를 한다.
" 쟤는 살기 편해 보이네?"
" 쟤는 집이 부자 인가봐?"
" 쟤는 해외 여행을 또 갔네? 이 시국에..."
" 쟤는, 쟤는, 쟤는...!!" 하고.
그럴 때면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고, 슬픔 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어딘가로 흘러갈지 모를 감정에 내내 나를 던져놓고 표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나온다.
그 감정들 안에서, 그 소리들 안에서, 쟤는 이라는 말들 안에서.
그리고 기억해 낸다.
시멘트 40킬로를 들었던 날의 날씨를, 초록의 요릿집에서 처음으로 수도를 달았던 날을, 그라인더를 쥐고 하트를 만들었던 그 뿌연 날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