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어느 날 갑자기

part7. 옥상? 옥상! 옥상....?

by 이순복

초록의 요릿집 실습이 끝난 후, 맥주 한 캔을 다 마시기도 전, 우리의 스승님께서는 다음 실습을 덜컥 명령어로 입력해 버리셨다.

사실 초록의 요릿집은 예정된 실습이 아니라, 갑자기 생긴 일정이라서 제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스승님께서 승낙을 하신 터라, 다음 실습은 당연히 원래 잡혀 있던 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스승님께서 등장하신다!!

타일반에 원래 담임 선생님께서는 오래전 여고에서 국사를 가르치시다가, 사립 고등학교에 회의를 느끼고 분에 못 이겨서 나오신 분이었는 데, 외모에서 그 의연함이 창창히 느껴지시는 분이었고, 게다가 독실한 크리스천 이 시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미장반의 호랑이 선생님보다는 좀 더 유연하시지만, 고집만은 더 지독하신 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꼭 하게 만드는 의지의 선생님.. 이셨다.!! 그와 함께 마지막에 합류하신 선생님은 직업만 10개를 거치고 오신... 현장에서 아직도 근무를 하고 계시는 여성스러움을 두루 겸비하신 현 미용업계에 종사를 하고 계시는 남자 선생님 이셨는 데, 연령대가 다른 선생님들보다 어리셨지만, 탄탄한 현장 기술만은 손에 익은 분이라서 그런지 매의 눈으로 항상 우리를 지도하셨다.

두 분의 가르침 아래, 우리가 맡게 된 두 번째 실습은, 직업학교 본원의 옥상이었다.

거의 100평이 넘는 옥상에 방수를 하는 일!!

OMG!!!!!

말이 100평이지, 친구네 공사를 끝마치고 나니 어느새 계절은 한 겨울이었고, 지독한 추위도 함께 온 터에, 과연 방수가 될까? 하는 의문이 미치는 곳이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오고, 손은 얼어버릴 것 만 같은데, 그곳에서 방수를 하고 그 위에 타일을 붙이는 일, 8층짜리 직업학교 본원의 옥상엔 1층부터 각 반의 거의 모든 냉난방기 실외기가 있었고, 추웠던 탓에 실외기는 찬바람이 쌩쌩 가동 중이었다.

게다가 겨울은 어떤 공사를 하건 간에 하자율이 가장 높다.

계절 중에서 공사를 안 하는 계절을 생각해보면 겨울엔 거의 모든 막노동 일꾼들은 쉰다고 보면 된다.

실내에서 하는 공사를 제외하고는.

아마 실내에서 하는 공사도 열풍기를 틀어 놓고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지만, 실외는.. 열풍기로도 어찔할 수 없는 환경적 요건으로 인해 우리는 첫 번째 난관에 봉착을 했고, 두 번째는 옥상에 타일을 붙일 수 있는 실습 인원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학원생들이 겨울이 되자 실습에 참가하기를 꺼려했고, 다들 도망가기 일쑤였다.

자격증도 땄으니 더 이상 직업학교에 볼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학원생들이 많은 참여를 안 할 것을 예상하고 계셨지만, 나는 실습에 참여하기로 했다. 물론 나도 그때는 살짝 금전적으로 압박이 있어서, 할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이왕 칼을 뽑은 김에 무라도 잘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습에 참여를 선언했다.

옥상 방수는 일단 옥상에 1차와 2차 방수 용액을 칠하고, 그 위에 타일을 붙여서 3차 방수 효과를 내기 위해 계획을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타일로 어떻게 방수를 하냐고 하겠지만, 욕실 바닥은 다 100이면 100 타일이다.

타일을 붙이기 전 이미 방수를 위한 작업을 하고, 다시 타일을 붙이고, 또 그 사이사이를 매질을 넣어서 방수 효과를 주기 때문에 타일은 어떤 방수 효과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선사한다.

물론 공사 비용은 일반 방수를 했을 때 보다 비싸다.

우리는 타일반이었으므로, 선생님의 지도 아래, 한 겨울, 8명 정도 되는 인원 이서 옥상 타일 붙이기를 시작했다. 본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서, 재료를 나를 때 7층까지는 엘리베이터가 작동해서 올라갈 수 있었지만, 8층까지는 모든 재료를 손으로 날라야 했다.

모두 건장한 남자들이었고, 이번에도 여자는 나 혼자였다.

그러므로, 절대로 폐를 끼칠 수도 뒤로 빠질 수도 없었다!!

40킬로짜리 시멘트를 7층까지 나르고, 다시 8층까지는 손으로 직접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40킬로, 40킬로, 40킬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다리도 후들거리고 허리도 아팠지만, 겉으로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다.

현장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동등하다.

내가 힘들다고 해서, 다른 이가 안 힘든 것 도 아니었고, 내 일을 다른 이가 해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내 앞에 주어진 이 40킬로짜리 시멘트는 반드시 내가 들어야 할 것 들이었다.

이것도 내가 들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다만 이거라도 들어서 원하는 위치에 올려놔야 나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었고, 비로소 타일 자격증을 딴 보람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들고 날랐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지 않을 때부터는 진짜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서, 몇 개까지 들어서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업학교의 옥상 100평 중 8평은 내가 바르지 않았을까 하는 뿌듯함을 그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나는 생각하곤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면, 정신은 오히려 말짱해지고 맑아지는 데, 그때가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

우울증에 자살 충동을 내내 느꼈던 나는, 그곳에서 진짜로 미장과 타일을 붙이는 일에만 집중을 해서 인지, 그런 생각이 들지를 않았고, 그 생각이 멀어지다 보니, 어느새 우울증도 자살 충동도 사라지고 없었다.

언제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고민을 할 정도로.

환경을 바꾸라는 이야기를 나는 그래서 종종 한다.

있는 자리가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그 익숙함에 속아서 늘 새로움에 목말라, 누군가를 보게 되고, 고개 돌린 자리에 있는 그 누군가는 질투와 비교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그건 가족 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을 바꾸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당장 눈앞에, 오랫동안 해오던 것을 바꾸기란, 다시 태어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데, 당신이라고 못 할 건 없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고, 그 걸린 시간 후에 여러분의 삶의 질이, 달라질 거라는 상상해보면 당장의 힘듦은 진짜로 별게 아닌 걸로 여겨질 테니까.

우리는 당장에 유명해질 이유도, 환장하게 멋져질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냥 보통의 사람들 아닌가?

연예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재벌도 아닌데......

당연히 어렵다.

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어려운 건 당연한 거고, 처음이니까 쉽지 않은 건 더더욱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나서길 바란다.

그런 기회란 흔치 않고, 본인이 스스로 만든다는 점에서 자존감이 한껏 상승할 테니까.

다만 어렵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전제를 깔고서 자신을 하향 평준화시키지 말고, 자기 폄하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진 말아라.

외부에서 오는 비난이나 비판으로 우리는 한 껏 움츠러든 상태일 텐데...

우리 스스로 까지 우리를 그렇게 만들 필요는 절대로 없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시멘트 40킬로를 날랐던 그날을 기억한다.

조끼 하나와 후드티 하나만 입고, 손바닥만 빨간 면 장갑을 끼고서, 40킬로 시멘트를 들고 계단을 20번도 더 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던 그날의 나를.

그날의 나를 떠올려 보면, 나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비록 한 번의 기억이지만, 어찌 되었든 하지 않았는가?

다른 일도, 한 번이라도, 혹은 여러 번이라도, 하게 되면 무조건 해보고, 포기를 하든가 하는 걸로 나는 스스로를 바꾸었다.

해보고도 할 수 없다면, 그 일은 깨끗이 미련 없이 포기하고, 다른 일을 선택하는 걸로 말이다.

그렇게 시멘트를 나르고, 추운 겨울 옥상에서 시베리아 바람과 실외기 바람을 한 번에 받으며,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주 정도를 하고 나니, 옥상 방수가 끝났다!

처음에 엉망진창으로 붙였던 타일이 이제는 제대로 각을 잡고 일렬로 붙이고 그 위를 다시 청소를 하면서 추운 겨울날의 두 번째 실습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화장실 실습 날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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