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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마음 1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by 이순복

다시 쓰는 마음


아주 오랜만에 쓴다, 노트북을 새로 바꿨던 이유가 좀 더 글에 집중하겠다는 아주 큰 포부가 있었지만, 포부에서 끝이 나고야 말 거라는 걸, 어쩌면 알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게 뭘까?라는 생각을 근래에 자주 해보았다.

무얼까? 무얼까? 하다가 나는 “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쩔 수가 없는 게, 나는 내 인생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거의 38%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뭐가 그렇게 아까운지, 꼭 집에 있는 입 2개를 생각하고, 내가 먹고 싶은 치킨은 매운 치킨인데, 다른 사람들 때문에 늘 후라이드에 꿀 발라진 치킨을 선택하고, 어떤 날은 내가 진짜로 먹고 싶은 걸 먹는데, 그게 사치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


왜?


무얼 사도 늘 내 것이 뒤로 밀리고, 어딜 가도 내가 가고 싶은 곳 보다 상대방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심지어 내 돈 주고 내가 사는 데도, 내 의견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의견을 먼저 수용하고는 했다.


왜?


나는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했는 데, 그게 배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달라고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K장녀 특유의 무뚝뚝함을 바탕에 깔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지 간에 상대에게는

맞춰주려고 애를 썼는데, 근래에 그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38년 만에 깨달았다.


하면서도 행복하지 않았고, 굳이 나를 2순위 혹은 3순위에 두고 나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주려는 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나는 알게 된 거였다.


지금도 10년 만에 나는 작가 교육원엘 간다.

등록금은 70만 원, 21주 과정에 70만 원이 뭐가 아깝다고 나는 손을 벌벌 떨었을까?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나의 것을 먼저 생각했다면 나는 아마 이미 작가가 되었든 아니면 오래전에 깨끗이 포기를 하고 나름의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물 믿듯이 밀려오고, 후회가 먼저 들었다.


기뻐야 하는 데, 나는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내 것을 사는 데 전전긍긍하면서, 남의 것을 사는 데는 턱턱- 하고 얼마씩 내놓는 내가 나는 이제 너무 싫은 거였다.

생각해보면, 나와 친해지는 게 나에게는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나를 잘 모르면서도 잘 안다고 생각했고,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도 소중하다고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진심으로 나와 친해지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 첫 번째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거였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면, 남도 나를 귀하게 대한다는 그 첫 번째.


국 룰.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하지 않는 타인과 손절하기로 했다.


그 손절의 첫 번째는 바로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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