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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24. 2021

다시 쓰는 마음 13

오늘 하루를 보내기 전에 쓰는 글

어제를 보내며 수많은 생각을 했던 날이었다.

고민을 해도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하고는 했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다음 날까지 왕왕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근래 들어서 생긴 고민은 어떻게 하면, 나를 죽이지 않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인데, 이게 참 어렵다.     

하루는 괜찮다가, 또 하루는 나쁘다.

다시 오전은 좋다가, 오후는 안 좋고, 밤과 새벽에 겨우 잠들었다가, 오전에는 수면욕구가 마구 생겨서 자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서점으로 출근을 한다.     

서점을 나오면 마음이 아주 조금은 가벼워지는데, 그건, 아마도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주로 아니 항상 혼자 있는 시간이다 보니, 이런저런 잡생각이나 딴생각 혹은 나쁜 생각과 안 좋은 생각들, 그러다 문득 드는 처연한 마음들로 요즘을 채워가는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단짠단짠이 음식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생활에서도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자영업자의 비애라는 건, 아마도 하루의 매출이 말해주는 걸 텐데,

나는 자영업자 + 빚쟁이 + 이제 막 시작한 작가 교육원생 + 울 엄마 딸이라는 기묘한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거기에 덤으로 요리를 하고, 베이킹도 하는.     

부캐를 가지고 있어서 일까?     

그래서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신경이 그쪽으로만 쏠린, 나름 괜찮아졌다가도, 잠깐 쉬려고 앉으면 다른 생각들, 현실적인 문제들이 파바박- 하고 생각나는 통에 우울해지고는 한다.     

언제쯤 나는 잘될까?부터 시작해서, 이러다 그대로 무덤에 묻히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오늘 아침엔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라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은 나에게 아마도 축복인 것 같다.

이렇게 쓰고 있으면, 나름의 정리가 되어서, 머릿속이 조금은 밝아지고, 맑아진다.     

하지만 마음의 우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우울이 사라지면 좋을 텐데.     

자꾸만 우울, 우울하고 우울시계가 가동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이대로 두어야 하는 감정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이대로 두면, 아마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도 나는 안다.

아니 사라지지 않고, 내내 숨어 있다가, 나의 약한 부분을 보고서 슬며시 문을 열고 나와서 수줍게 인사 건네는 우울의 마음을 나는 안다고 해야 하나?     

맥주 2병에 이야기 꽃을 피웠던 어제, 나는 그 와중에도 삶의 힘듦을 생각했다.     

앞에서 웃고 떠드는 나와는 11살, 12살 차이가 나는 동생들이 부럽기도 하고, 저 나이 때의 나를 돌아본다.     

26살의 나는 뭘 했더라? 아 일했지.

27살의 나는 뭘 했더라? 아 일했지.

그럼 28살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했지.     

일이라... 문득, 며칠 전에 홈쇼핑에서 본 799000원짜리 터키 8일짜리 여행이 생각났다.     

그때, 예약을 했었어야 했는데.     

삶에서 즉흥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마도 내가 즉흥적인 일을 하기에 소심하고, 현실이 무서워서 일 텐데.     

가끔은 즉흥적인 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오전의 어느 시간.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이 생각들을 모두 비워야 한다.

아니 비우지 못해도, 조금씩 다시 저 먼 곳으로 밀어 넣고, 나를 다시 꺼내와야 한다.     

그래서 꺼낸 촉촉한 초코칩, 역시 단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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