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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28. 2021

다시 쓰는 마음 22

빠다 코코넛과 믹스커피

믹스커피는 마법의 음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직업학교에 다닐 때, 아침에 등교해서 믹스커피 한잔, 중간에 점심 먹고 한잔, 하교하기 전에 한잔 이렇게 총 세 번을 마셨는데, 마실 때마다 그 진하고 단 맛에 중독된 느낌이 들었다.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강력한 마술에 걸린 것처럼 아니면 믹스커피에 홀린 것처럼 마셨는데, 마시고 나면 그렇게 에너지가 차오르는 걸 느낀다.     

그래서 미장과 타일을 끝내고 다시 요리라는 일터로 돌아왔을 때는 발주를 넣을 때 꼭 믹스커피를 함께 주문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출근해서 한잔, 중간에 한잔, 그리고 심심할 때 한잔... 이렇게     

희한하게 주방이라는 곳은 늘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내가 경험해본 주방은 총 8군데 정도 되는 데, ( 직영이라서 같은 쌀 국숫집이라고 해도 오픈 바이저로 일을 했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한 번씩 가본듯하다) 모든 주방이 그랬다.     

그래서 믹스커피는 한 줄기 빛이었다.

출근해서 노래를 크게 틀고,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 밥을 먹고 또 한잔 마시고, 이야기를 할 때 다시 한 잔을 마시고 나면, 그날 하루가 끝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 또 믹스 커피를 끊을 수가 없는 거다.     

지금도 나는 믹스커피를 마시는데, 서점 문을 열기 전 혼자 서점의 주방에서 포트에 물을 올리고, 믹스커피 3개를 컵에 탈탈 넣어는 다. 

그리고 물이 끓면 컵에 물을 붓고는 믹스커피 봉투로 휘-휘- 저어주고는 한 모금 들이킨다.      

배가 고플 땐, 믹스커피에 빠다 코코넛을 먹는다.

전엔 에이스를 주로 먹었는데, 요즘엔 에이스보다는 빠다 코코넛이다.

커피를 적셨을 때, 에이스는 금방 녹듯이 불안하게 사라지지만, 빠다 코코넛은 두께감도 유지되고, 씹어 먹는 맛도 있다.     

빠다 코코넛 겉면에는 설탕물 같은 게 코팅되어 있는데, 단맛이 배가 된다...!!     


그래, 나는 단맛 홀릭이다.

죽여도 단 게 나는 좋다.   

  


그 다디단 커피와 과자가 내 위속으로 들어오면 이내 배고팠던 게 사라지고, 입안의 진득한 침들이 고여서 하루를 끝내주게 시작할 수 있는 거다.

그러면 온종일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안 좋은 일들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무적의 처방전을 받은 것 같다.     

아니면 혹시나 나쁘고 안 좋은 일이 생길지라도 그 일을 당하고 나서 가만히 물을 올리고 믹스커피를 털어 넣는다. 그 시간 동안 생겼던 안 좋은 일이라든가, 기분 나쁜 경험을 곱씹는다.     

믹스커피를 하나를 털면서 기분 하나를 녹인다.

두 개를 넣으면서 다시 기분 하나를 녹이고, 세 번째에는 안 좋았던 모든 걸 녹인다.     

그리고 입안에 넣어버린다.     

감정은 수용성이라서 물에 금방 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난다. 아닌가?

여하튼 녹여버린 감정들은 입안에서 단것들과 만나서 목구멍을 타고, 위로 들어가겠지.

믹스커피와 녹여버린 감정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남은 하루를 준비한다.     

남은 하루는 괜찮을 거라고 다독이면서, 단맛에 취해서 다음에 올 손님들에게 묻는다.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고.

손님들이 웃는다.

아마 괜찮을 것 하루의 마무리를 예상해본다.      

방금 마신 믹스커피의 단 맛이 목구멍 위로 올라와 기분이 좋아진다. 웃고 있는 나를 보면 손님들도 웃는다. 마스크에 가려져서 웃음이 잘 보이진 않겠지만, 미소는 어떤 식으로든 전달이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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