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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음 Feb 12. 2022

욕심쟁이의 1월


 2022 1월이 끝났다.  했지? 1월이 시작할  야심찬 계획을 세웠는데 막상  했는지 지난  달을 더듬어보면 생각나는  없다. 한참 돌아보고 나서야 겨우 떠올랐다. 1월에 내가 충실히 이행했던 일은 집안일과 주간열음 연재,   가지뿐이었다.   했지? 자꾸 되묻는 이유는 다이어리를 가득 채운 1 계획 때문이었다. 지난 12월과 이번 1월의 목표를 비교해보면 1월의 계획이 훨씬 과했다. 1 계획의 시작점을 생각해봤다. 새해에는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했던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그때 나는 새해 카운트 다운을 지켜보고 있었다. 몹시 설렜다. 무엇이든  해낼  있을  같았다. 어제에서 오늘이 되는 것뿐이었는데, 단지 1년을 가르는 경계를 넘는다는 사실 하나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20대의 마지막 해였다.  보내고 싶었고,  해낼  있을  같았다. 그러한 마음을 안고 신년 계획을 세웠고, 그를 바탕으로 1 계획을 정리했던 것이다.


 인정하자. 의욕이 넘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계획을 왜 이렇게 세운 거냐 따져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1월 계획이 얼마나 지켜졌는가, 였다.

계획은 글쓰기와 관련된 것과 글쓰기와 관련되지 않은 것, 두 개를 기준으로 나뉜다. 1월에는 전자가 6개, 후자는 5개로 총 11개의 목표를 세웠다. 하나하나 톺아 보니 11개의 목표 중 달성한 것은 총 5개였다. 애매했다. 글쓰기와 관련된 목표 6가지 중에 내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4가지였는데 그중에 달성한 건 단 두 개였다. 하나는 온라인 게시 약속으로 미약한 강제성을 띤 주간열음 연재였고, 남은 하나는 매일 일기 쓰기였다. 매일 일기 쓰기는 31일 중 20일을 써서 달성한 것으로 퉁쳤기 때문에 온전히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정확하게 따지면 0.6정도 달성이었고 - 거기까지 생각하고 다이어리를 덮었다.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나? 새해가 줬던 설렘과 기대는 내 다이어리 위에서 욕심과 조급함으로 변해 질척거리고 있었다. 유명한 밈 하나가 생각났다.


욕심을 버려.

그게 뭔데?

욕심을 버리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작년에 올렸던 에세이 〈계획과 번아웃〉에서도 나오는 얘기였다. 내가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 4가지를 얘기하는데 그중 가장 첫번째에 바로 나온다.


“첫째, 나는 욕심이 많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난 에세이를 읽어보다가 상황이 비슷해서 지금 내게 적용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정 기간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집중한다.”는 문장을 보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서 쓴 밈이 내 안에서 반복됐다. 하나의 일에만 집중해. 그게 뭔데?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큰일났다. 앞에서 1월의 목표 달성도를 따지다가 다이어리를 덮었다고 썼지만 사실 그 이후에 바로 2월 계획을 세웠다. 1월의 실적이 못마땅했던 나머지 20개의 목표를 적어뒀다. 과거의 나는 1월을 겪고도 2월에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를 흘려보내고 있는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라서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전혀 않고, 2월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지만 생각하고 있다.

2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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