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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음 Mar 19. 2022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별생각 없이 일기장을 채우다가 순간 소름이 돋아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2월이 끝났다. 2022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 끝났단다. 이럴 수가. 믿을  없다. 그러나  믿음과 별개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2월을 정리하고 3월을 맞이할 순간이 오고 말았다.


     2월을 정리하기에 앞서 지난 1월을 정리했던 〈욕심쟁이의 1월〉을 다시 읽었다. 1월에는 11개의 목표를 세우고 그중 5개를 달성했다.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1월의 실적에 실망한 나는 2월에 20개의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의 개수를 줄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20개의 목표로 빽빽한 2월을 잘 굴릴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글이 끝났다. 파일을 보니 지난 2월 7일에 쓴 글이었다. 나는 2월 7일의 내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대.


지금의 내가 그때 내게 이런 말을 해준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정한 일을 반드시 내가 정한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집불통이니까. 아마 아, 뭐래-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지금의 내가 건네는 말을 흘려들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보낸 2월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렇다고 하자.


     2월 계획은 1월 계획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와 “글쓰기가 아닌 것” 둘로 나눌 수 있다. 2월 계획은 글쓰기와 관련된 계획이 7개, 그 외의 계획이 13개다. 달성 여부만 따져보면 전자는 7개 중 2개를, 후자는 13개 중 6개를 해냈다. 항목 하나하나를 체크하고 개수를 세어보다가 암담해졌다. 글쓰기에서 달성한 두 개의 항목은 주간열음 연재와 매일 일기 쓰기였다. 주간열음 연재만 간신히 이어온 셈이다.

1월보다 더 나빴다. 문제는 이미 다 나와 있었다. 나는 내 능력과 시간 이상의 계획을 세웠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욕심껏 눌러 담은 봉투의 귀퉁이가 터져 줄줄 새고 있었다. 인정하자. 나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일을 잔뜩 만들어 산처럼 쌓아놓고 그를 바라보면서 흐뭇해하기만 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생각만 바쁘게 이어가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말했지만, 알고 있었다. 착각이 몹시 달콤해서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잔뜩 끌어와 계획을 세우는 그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은 다른 노트에 잔뜩 적어두기로 하고, 3월의 계획은 다르게 갈 필요가 있었다,

라고 말했지만, 구직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전체 계획 항목은 20개에서 10개로 대폭 줄였다. 항목의 개수는 1월과 비슷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절대 내 발이 저려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 1월, 2월과는 분명히 다르다! 달라! 목에 핏대 세워가며 말하는 내게 지난 2월의 내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매.


그럼 지금의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 뭐래…


그렇게 나 혼자 다르다고 주장하는 3월을 굴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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