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ji - Rain On Me 들으며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1.
요즘 프라하는 비가 자주 온다.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고, 천둥번개가 치기도 한다.
그래도 금방 그치고 다시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곧이내 구름이 끼고 흐려지며 다시 비가 온다.
날씨를 보면서 오늘은 내마 음이 이렇구나 싶었다.
여행을 7개월씩하니 나 또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유는 하나,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보고싶었기 때문.
그렇기에 오늘은 안부메세지와,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
반가운 목소리, 변하지 않은 웃음, 어제만난 것 같은 좋은 기분.
오늘은 즐거운 소리를 그렸다.
2.
이른 아침에 화장실을 가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 밖으로 보이는 다양한 색의 하늘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
화장실은 뒷전이 되었고, 나는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아침 잠이 많은 편이라, 일출을 잘 보지 못했는데, 본다 한들 빨갛거나ㅡ혹은 밝은 빛의 일출을 많이 봤었다.
오늘의 하늘은 감히 다채롭다고 말할 수 있다.
해가 다 뜰때까지 잠들수 없었다. 진한 분홍색에서 옅은 분홍색으로 변하고있는 하늘을 보며 다시 잠을 청하기가 싫었다. 해가 빨리 뜰것을 알기에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새벽6시 7분. 딱 그런 시간이었다.
해가 밝아 오고, 하늘이 푸른색으로 바뀌는 이 시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수 밖에 없다.
새벽공기, 차도로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새의 지저귐, 바람의 움직임
급격히 떨어진 기온덕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으니 괜시리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용히 다시 창문을 닫았다.
오래된 나무마루 바닥에서 나는 내 발자국 까지 오늘은 나를 설레게 했다.
이 벅차는 느낌, 참 오랜만이다.
3.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밖을 나섰다. 오늘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는 날이다.
잠에서 깨서 오늘은 뭘하지 고민하다, 열심히 구글링을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터라, 누군가는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카페를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검색했다. 그리고 나온 한장의 사진, 누군가가 카페에 있는 책사진을 찍어올렸다.
무심한듯 무심하지 않은, 꾸민듯 꾸미지 않은, 새것같지만 오래된 느낌이랄까.
카페이름을 알아내고는 가는 길을 검색했다.
한번도 가지 않은 지역이지만, 가고 싶었던 지역,
집 앞에서 15번의 트램을 타면 가는 곳.
오늘은 낯선 프라하를 만난다.
4.
트램을 타고 이어폰을 꼽고 창밖을 봤다.
생각보다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길가를 따라 있는 상점들, 처음으로 체코가 공산주의국가였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건물 느낌들.
신기하다. 데이터가 끊겨서 다운받은 지도를 보며 트램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을 하다가 한 정거만 남은걸 확인하고 초록색 벨을 눌렀다.
트램에 내려서 주위를 둘러봤다. 정말 동양인들은 찾아 볼수가 없는 이 곳, 낯설지만 무언가 반가운 이 곳,
왜 항상 구시가지쪽만 가봤을까 생각하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노트북과 카메라가 든가방 조차 가볍게 느껴졌다.
5.
지도를 보고 가고있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사람도 없고, 그냥 건물들만 있을 뿐이다.
카페도 음식점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골목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걸으면서 혹시나 내가 잘못 찾은것이 아닐까 싶어 여러번 지도를 확인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할 수 없을 때 쯔음, 발견한 글자.
한 단어. Kaffe.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6.
더 반가운건 들어가자 보이는 동양인 바리스타 분들이셨다.
까페는 깔끔히 잘 꾸며져 있었고, 이미 외국인들로 붐비는 그런카페였다.
주인과 함께온 강아지, 혼자서 책을 보고 계시는 아저씨,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메뉴판을 확인하시는 할아버지,
창가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 남녀 까지.
모든 분위기가 사랑스러웠다.
거기에 노오란 조명이 더해져, 흐린날의 오늘을 따듯하게 바꿔줬다.
참 오길 잘했다.
7.
주저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런곳이 있다니, 구석구석이 예뻤다.
작고 조그마한 테이블까지 사랑스러운 그런 곳이었다.
책이 놓여져있는 곳에 보이는 오래된 한글 책,
직원 분들이 한국 분 이신가,-
커피맛을 알고 싶어서 서둘러 가방을 내려놓고 주문대로 향했다.
"도브리덴"
*도브리덴-좋은 아침, 이지만 통상 안녕하세요라고 사용된다.
"도브리덴"
메뉴판을 보다가 영어로 주문을 해야하나- 순간 고민이 생겼다,
그순간 반가운 목소리
"한국분 이시죠?"
낯선 곳에서 느끼는 따듯한 목소리었다.
안그래도 따듯한 공간이, 더 따듯한 공간이되었다.
8.
주문 후 나는 가방에서 노트와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오래된 책, '무정'을 꺼냈다.
오래된 책이라 이해하기가 어려운 문체였지만서도 반가운 한글책을 한참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노트에 적었다.
한자 한자 눌러담을 때마다,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 좋았다.
뭔가 더 여운이 남는건 기분 탓일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책을 덮고 노트북을 폈다.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간간히 적은 글들을 정리했다.
맛있는 커피와 포크까지 앙증맞은 쉬폰 케익과 함께 말이다.
나는
이런 순간이 있음에 감사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 할 수 밖에 없다.
딱히 일을 한것도ㅡ 딱히논것도 아닌데 이 즐거움은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면 된다.
즐겁다.
9.
문이 활짝 열려있다. 열려있는 문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5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시간이 간지도 모르게 알차게 시간을 썼다.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가려고 하다 비가 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넓은 창에 닿는 빗방울을 하나둘씩 세다 갑 쏟아지는 비에 포기했다.
그러다 아까는 보지 못한 화분이 보였다.
저 꽃은 비가 와서 반갑겠지.
꽃에는 물이 필요하듯이,
나 또한 스스로에게 물을 주는 시간이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날이, 오늘이라는 것을 안다.
10.
낯선 곳에서
나의 아지트가 생겼다.
반가워.
자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