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9월의 첫날.

by 염기쁨

한국에 있을 때, 스타벅스에서 우연히 만났던 친구가 있다. 실제로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친구였으며, 건너건너 알던 친구였다. 그치만 얼굴을 서로 익혔고 꽤나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친구였다. 그 친구는 그 때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내 기억이 맞다면, 자소서를 쓰며 발표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취업을 하는게 얼마나 어렵고, 불안한지 알고 있는 나로선 크게 해줄 말이 없었지만, 그 친구는 왜인지는 모르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거 같았고, 어딜 가서나 잘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나마 할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을 건냈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의 sns에서는 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그 글을 보는 나 또한 기뻤다. 축하의 메세지를 전하고 우리는 만나지 못한채로 시간이 흘렀다.그랬던 그 친구가 메세지를 보내왔다.

9월의 첫날이었다.


여행을 한지 벌써 8개월째, 이제 9개월 차인 내가 여행을 시작할 때 만해도 이렇게 길어질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어느새 반 개월을 넘겨버렸고, 봄과 여름을 넘겼다. 반 개월을 넘긴 시간동안 어떻게 여행을 하냐, 대단하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중에서 장기여행자들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결코 대단한 여행자가 아니다. 수 많은 여행 인플루언서들,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다만 나의 여행을 내 감성으로 풀어나가고 싶은, 그런 여행자들 중에 한명일 뿐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도 매번 행복한 것은 아니며, 권태감도 오고, 우울할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순간 올린 글을 보고 연락이 온것이다. 나는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주는 사람이며, 여행 사진을 올려줘서 보는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응원 글이었다.

몇년 전 내가 스타벅스에서 했던 말이 힘이되었던 것처럼, 자기의 말도 힘이 되길 바란다며 메세지를 보냈다.


그 메세지는 짧지만 큰 힘이 되었고, 서로의 힘듬은 다르겠지만, 무언가 표현 할 수 없는 공감이 들어있는 메세지었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9월의 첫날이다.





번외+


이런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나선 길, 오늘은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하고 길을 나섰다. 바지 주머니에는 100코루나 (약 5500원)가 있는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100코루나로 할 수 있는게 많은 착한 물가의 프라하니까.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와서 그런지, 따닷하니 졸음이 몰려온다. 그렇게 찾게 되는 커피. 현지 카페에 가볼까 하지만, 차가운 커피가 없는걸 사실을 알고는 발 걸음을 자연스럽게 돌렸다. 따듯한 커피에 적응을 하고 싶지만, 더운날에는 당연히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닌가. 그렇게 도착한, 너무나 익숙한 스타벅스. 오늘 또한 벤티사이즈, 콜드브루를 시킨다.


가져온 가방을 의자에 풀고 노트북을 꺼냈다. 앞에 있던 손님이 커피를 들고 나서는걸 보며, 다음은 나 이구나 싶어 자리를 일어났는데, 어떤 외국 손님이 내커피에 빨대를 꼽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히 가서 이 커피가 맞냐고 물어봤는데, 벤티사이즈 콜드브루를 시켰다고 하셨다. 나랑 똑같은 커피를 시켰구나,- 직원이 먼저 왔다고 하니 나에게 다시 커피를 건내주는데 바빠보여 그냥 먼저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괜찮다며 다시 커피를 건내니, 미소를 보내며 고맙다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 그 손님을 보내고 내 커피는 다섯명의 손님을 보낸 후에야 나왔지만, 그 기다림이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시작이 좋았으니. 그리고 그 손님 말처럼 좋은 하루를 보낼거 같으니.


기다림 또한 좋았다.

정말 좋은 하루를 보낼것만 같다.


차가운 벤티사이즈의 콜드부르를 먹고 있지만

아주 따듯한 9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