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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29. 2019

초여름을 닮았다.

뜨거웠던 공기

한달살기를 하면서 쉥겐 조약이 걸려 리셋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았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쉽게 갈수 있는 곳, 사하라 사막을 품은 곳, 아프리카지만 중동같으며 동시에 유럽의 분위기가 나는 곳. 모로코에 가기로 했다.


나에게 모로코는 저번 유럽여행을 하면서 한-번은 들렸던 곳이지만, 음식 때문에 탈이나 기억이 좋지 않던 그런 곳이었다.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여러번을 다짐하고 말했지만, 사하라사막에 발 조차 들이지 못했던 기억이 아쉬움으로 바뀌어 나를 다시 찾게 한 곳이다.


이번에는 절대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도하며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모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지금 까지 타던 비행기들과 다르게 정말로 다양한 인종들이 같이 타고 있었으며, 이슬람 문화권을 나타내듯이 히잡을 두른 분들도 많이 계셨다. 비행기를 타서야 내가 모로코에 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나는, 드라마를 잔뜩 다운 받았다.

그 유명한 '왕좌의 게임' 배경지로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열심히 챙겨보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모로코.

비행기가 착륙하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덕분에 도착 한 순간 부터, 모로코는 나를 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를 나와서 입국도장을 받고 난 뒤, 느껴지는 뜨거운 공기는 아프리카에 왔음을 새삼 실감 시켜주었다.

물가가 꽤나 비싼 모로코였기에 택시 대신 로컬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나를 포함한 몇명의 여행객과 몇명의 로컬사람들을 태운 버스는단 몇백원이면 탈 수 있다. 내 키만한 짐을 싣고 나니 버스는 곧 이내 출발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앞에 있던 꼬마아이가 나에게 손짓을 했다. 아이는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곤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위에서 자리를 잡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꼬마는 손사례를 치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동시에 하얀 이를 들어내며 활짝 웃어보이는 꼬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하며 자리에 앉았다. 


분명 한 여름인 모로코는 40도 이상을 자랑하지만, 

에어컨이 없어 바깥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를 맞으며 가야했지만,

그 더위 때문에 몸이 정말 녹초가 되도록 지쳤지만,


아이의 친절함 때문인지 모로코의 첫인상은

뜨거운 공기는 설레는 공기로 다가 왔고, 

언젠가부터 가장 좋아하게 된 초여름을 닮은 느낌이었다.


약간은 뜨거우면서 약간은 선선한

그런,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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