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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01. 2020

우선 Go

물 공포증 극복기 


여행을 하며 항상 아쉬워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수영을 못한다는 것. 아무리 휴양을 즐기고 싶어도,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서도 쉽게 패닉이 오고, 바다 수영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물 장구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물놀이를 가면 구명조끼가 항상 필수였다. 


물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때쯤인가, 친구랑 수영장에 갔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다. 그런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나면 누구나 물이 무서워지기 마련이듯,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 켠에는 나도 언젠가는 수영을 할 수 있겠지 하며 희망을 품곤 했다. 그리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는 수영 학원을 끊었다. 몇 개월이 지나서도 물에 뜨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수영강사님은 그냥 도구를 빌리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보셨고, 물에 구명조끼 없이 자유로워질 거라는 꿈은 그렇게 희미해져 갔다.  


어느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뜨거운 여름날,  터키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이집트 다합이라는 곳에서 터키로 넘어온 친구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 친구는 한참이나  '다합'이라는 곳에 가면 그 누구나 다 물을 좋아하게 되고, 그 누구나 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을 했다. 그곳에는 물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확신에 차서 나에게 말했다. 


“정말 딱 한 달이면 누구나 가능해” 


딱. 한 달. 

1년 수영 수강권을 끊어도 물에 뜨지도 못한 내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말로 인해 다음 여행지를 떠나기 1주일 전쯤 정하는 내게- 다음 여행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들어 이집트, 다합으로 향하는 티켓을 끊었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물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정말 나도 수영을 할 수 있을까', '물에서 구명조끼 없이 잘 놀 수 있을까' 등 여러 질문들이 떠올랐지만, 못 먹어도 우선 go라는 말이 있듯이,


우선 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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