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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01. 2020

웰컴 투 이집트

웰컴 투 다합 

많은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집트의 다합. 성경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 홍해가 있는 곳. 스쿠버다이빙, 프리다이빙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 다합을 벗어나는 티켓을 찢는다는 곳. ‘한 달’이면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곳. 말로 만들었 던 다합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샴엘셰이크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간다. 다합으로 향하는 새벽 비행기, 많은 이들이 잠을 청하는 시간. 조용히 개인 조명을 켜곤 메모장을 켰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피라미드를 보고 싶어서 가고 싶었던 이집트, 하지만 피라미드가 있는 카이로가 아닌 다합을 먼저 가게 되다니-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메모장에 몇 가지 생각을 끄적이며 다합에 가서 할 일들을 정리했다. 우선 두꺼운 옷들을 처리해야 했다. 꽤나 쌀쌀했던 여행지를 지나서 여름이 있는 뜨거운 나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동시에 얇은 옷도 구매해야 했다. 또한 여러 다이빙 샵이 있기 때문에 잘 골라서 들어야 했다. 내 여행 보험이 어디까지 커버가 되는지도 알아야 했다. 계속 '여부'를 따졌다.


나는 원래 여행을 계획하고 '여부'를 고민하며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물 공포증이라는 것이 나의 마음을 꽁꽁 얼게 해서인지 1주일 전부터 다합에 대한 글은 죄다 읽었으며 물 공포증을 극복했다는 후기들 또한 잔뜩 읽었다. 보통은 어느 면에서 나 자신감 있어하는 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두려움이 앞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곧 삼엘 세이크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심사를 했다. 비자 값 50불은 카드라는 수단으로 간단한 결제가 이루어졌고, 입국 심사대에서는 새벽이라 힘들었는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고는 간단히 도장을 찍어줬다. “Welcome to Egypt”라는 말과 함께. 


웰컴 투 이집트. 

이집트에 온 게 맞나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이집트'라는 단어를 듣고 나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불안감과 설렘이 동시에 생겼다. 같은 비행기를 탔던 모두가 각자의 길로 향했고, 나 또한 동행들과 함께 예약한 택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에서부터 다합까지는 차로 1시간을 더 가야 하기 때문. 모두가 소란스럽게 떠들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니 다들 조용해졌다. 누구는 잠을 자고, 누구는 핸드폰을 했다. 누구는 이어폰을 꼽았다. 그렇게 우리의 택시는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1차선 도로를 달렸다. 별빛만 간간히 비칠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택시기사는 다합에 거의 도착했다며 우리를 깨웠다. 각자의 숙소가 어디냐고 물었고, 그는 우리를 각자의 숙소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차가 떠나기 전 창문 너머로 웃으며 말을 건넸다. 


“Welcome to dah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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