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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01. 2020

다합 살이


한국인이 많은 여행지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을 떠나 왔는데, 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 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앞서 말했다시피, 한국인이 많은 여행지를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다합은 예외였다. 조지아와 터키 여행을 하며 한국인들을 드물게 만나서 그런지 낯선 땅, 다합이라는 곳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이나 반가웠다.


다합에는 토요일마다 열리는 조그마한 플리마켓 이 있다. 외국인들과, 이집트 사람들이 직접 음식을 팔기도 하고, 액세서리를 팔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직접 만든 한국음식들을 판다는 소식에 토요마켓을 가겠다고 자처했다. 한국음식이  꽤나 그리웠기 때문이다. 특별히 집주인인 S오빠도 음식을 팔고 있다는 소식에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가든 이라는 바다를 배경 삼아 진열되어 있는 여러 가지 음식과, 물건들이 있는 토요 마켓. 눈이 즐거웠다. 내 눈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한국 사람의 부스, 우리 집주인 S 오빠가 파는 ‘치킨 마요 덮밥’을 냉큼 구매했다. ‘치킨 마요 덮밥’. 생각보다 한국스러운 음식은 아니었지만, 단지 익숙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아마 그 기분 때문인지 맛은 배가 되었다. 더운 날씨에 배가 부르니, 자연스럽게 잠이 왔다. 바닷가를 따라 쭉 늘어져있는 가게에 무작정 들어갔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한 맥주를 주문했고,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니 마음이 한껏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은 다합에는 세계 여행자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집의 호스트인 S오빠는 세계 여행자였고,  R오빠 역시 세계 여행자인데 다합이 그리워 다시 방문했다고 한다. 새로 온 L이라는 친구는 해외에서 민박집을 운영했던 민박집 사장님이었지만, 다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막 출발한 친구였다. 대구 사투리를 구수하게 풀어내는 신기한 매력을 가진 동생은 세계 여행자는 아니었지만,  피라미드를 보러 왔다가 카이로에서 만난 동행과 이곳에서만 한 달 동안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비행기 티켓을 버리고 다합에서 지내기 위해 3개월 비자를 땄다고 했다.


신기했다. 많은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여행자들의 집합소이자 동시에 여행자의 무덤이라고 불리며 동시에 블랙홀이라고도 불리는 다합. 서로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만나 한집에서 살아가며 가족이 되는 다합.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다합 살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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