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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01. 2020

상상은 공짜



다합에 도착 후, 프리다이빙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 이미 자격증을 딴 사람들에게 정보를 묻고 다녔다. 어떤 강사님이 나에게 맞을 것이며, 어떤 샵들이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하나하나 물어 답을 얻어야지만 속이 시원했다. 여러 번 묻고 나서 얻은 정보는 수업료에 변동이 있었다 정도이며, 가장 레슨을 받고 싶었던 프리랜서 강사님은 대회 준비로 인해 개인 수강생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다.

다합에는 다이빙에 관한 여러 샵이 있고 또한 여러 프리랜서 강사 분들도 계신다. 외국인의 비율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평소 같았으면 외국인 샵에 등록을 했을 거다. ‘한국어’라는 옵션이 들어가면 대게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물속에, 그것도 산소통 없이 들어가는 것이니, 수영도 못하는 내가!  불안한 마음에  한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프리 다이빙 샵에 등록을 했다. 당장 내일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하셨고, 나는 그러하겠다고 했다. 등록 당일 우리 숙소에 있는 이들은 ‘fun(즐기는) diving’을 가자 하였고 많은 이들이 따라나섰다.


이집트 특유의 황토색 골목들과, 모래가 뿌옇게 날리는 길을 지나니, 상점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아랍어와, 영어가 뒤섞이는 소리를 들으며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을 했다. 홍해, 말로만 듣던 홍해를 드디어 마주했다. 깊고 파란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색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진한 파란색을 가진 바다, 답답한지도 몰랐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40도 가 넘어가는 더위에 같이 온 이들은 하나둘씩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스크와 핀을 빌린 나도 발을 담그곤 물장구를 치다가 바다에 과감히 몸을 던졌지만, 5분도 안돼서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1미터만 나가도 갑자기 깊어지는 수심이 원인이었다. 혹시나 사고를 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나의 발목을 잡았고, 기껏 돈을 주고 빌린 핀과, 마스크는 쓸모가 없게 되었다. 바위에 앉아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가 물장구를 치는 게 전부였지만 - 자유롭게 다이빙을 하고 놀고 있는 룸메이트들을 보면서, 한 달 뒤의 나의 모습을 마음껏 상상해 봤다. 상상은 공짜이며 자유니까.  파란 하늘이 온전히 담긴 홍해 바다, 물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노란색 수영 복을 입은 나. 입가에 웃음이 올라왔다.


잠깐의 상상으로 조금 많이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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