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기쁨 Nov 02. 2020

숨을 참는 버릇



프리 다이빙은 숨을 참고 잠수를 하는 스포츠로 분류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숨을 오래 참고, 참은 만큼 다이빙해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론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은 세계적인 선수들은 수직으로 100미터까지도 들어간다고 했다.  좋은 의미로 경악을 했다. 대단한 사람들.  


이론 수업이 끝나면 ‘스태틱’(정해진 시간 동안 숨을 참는 것)과 ‘다이나믹’(정해진 거리를 숨을 참고 수영하는 것; 잠영)을 시도한다. 이 두 가지의 테스트가 끝나면 바다에서 실전 연습을 한다.  


‘스태틱’은 비교적 쉽게 통과했다.

고맙게도 내가 가지고 있던 숨 참기 버릇 덕이다. 나는 꽤나 감정적이라 분해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렸을 적 나는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가 싫었던 것 같다. 기분이 안 좋거나,  힘든 일이 있거나, 눈물을 참고 싶을 때 면 숨을 힘껏 들어마신 후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잠시나마 감정이 가라앉고 나오려는 눈물은 - 숨 참는 거에 집중하느라-  도로 쏙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나의 문제는 숨을 참고 수영을 해야 하는 ‘다이나믹’이었다. 시험을 보는 장소에서 발이 닫지 않자 곧 패닉이 왔고, 괜히 등록했다는 불평도 터져 나왔다.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배가 불렀다는 사실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강사님께서는 발을 천천히 움직이기만 하면 핀이 있기 때문에 물에 뜰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물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무섭게 느껴져서 인지,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 올라왔고. 몇 번이고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를 거듭했지만 강사님께서는 나와 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격려해주셨고, 그 사실에 조금은 안도감을 느꼈다.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이 세상의 공기를 다 마셔버리겠다는 각오로.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 천천히 핀을 차기 시작했다. 몸이 뒤뚱거리고 어정쩡 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몸이 나가는 게 느껴졌다. 용기가 생겼다. 숨을 잘 참고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이 생겼다. 물에 대한 공포감은 사라 진지 오래였다.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 후 턴을 어떻게 했고, 어떻게 30m를 채웠는지 모르겠다. 바닥에 있는 하얀 선이 보일 때까지 핀을 열심히 찼을 뿐이다. ‘다이나믹’을 통과했다는 강사님의 목소리만 귀에 울릴 뿐.


요즘도 가끔 패닉이 올 때면 숨을 참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이나믹' 시험을 통과했던 날을 떠올리며 참는다는 점.




작가의 이전글 상상은 공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