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나니 구명조끼 없이 자유롭게 바다를 돌아다니며 물속을 모험하는 것이 꽤나 재밌어졌다. 지난 여행을 생각해보면 구명조끼는 나와 항상 함께 였는데, 몸이 자유로워졌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기뻤다. 그래서인지 룸메이트들에게 마냥 바다를 나가자고 조르곤 했다. 다합 인들의 다이빙 포인트라 불리는, 일 가든과 라이트하우스를 오가기를 반복하니, 누군가가 ‘블루 홀’도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무서워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 동시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 나는 다음날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블루 홀.
다이빙의 성지,
새 파랗고 수심이 100m가 넘는 깊은 바다.
가기 전 블루 홀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봤다. 어떤 곳일까. 일 가든에서 펀 다이빙을 할 때가 불현듯 생각났다. 얕았던 바다가 깊어질수록 고요하고 파래진다. 그리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소리와는 단절된다. 물고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간질거린다. 스쿠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를 따라 쫒아가기 바쁘다. 물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와 바다. 둘 뿐.
도착 후 내가 만난 블루 홀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새파래서 어떤 색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미 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하고 있었고, 나 또한 바다로 향했다. 막상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떨리기 시작했다. 준비 호흡을 한참이나 했다. 같이 온 이들은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자유롭게 다이빙을 하기 시작했다. 멀리 서 보면 바다 위로 보이는 윤슬이 예쁘게도 빛났다. 발을 바다에 담그고 핀을 꼈다.
바닷속은 겉보기와 다르게 파르다 못해 검었는데 무서운 느낌보다는 평화로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알록달록한 산호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빛을 받아 반짝였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공기방울 들은 예쁘다 못해 황홀했다. 끊임없이 다이빙을 했다. 이 모든 풍경들을 더 가까이 그리고 오래 보고 싶어서.
블루 홀에서 나는 물과 하나 되는 기분을 느꼈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