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악의 해를 기억하며 살았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다.
2019년도 어느새 끝이 났다. 돌이켜보면 참 짧게만 느껴진다. 그리곤 2019년도 쉼 없이 달려왔구나, 생각해본다.
올해, 내 기준에서 '잘 살았다.'의 기준은 딱 하나였다. 작년보다 최악이 되지 않는 것. 그것 하나만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까지도, 2018년은 내가 살아온 세월 중 가장 최악의 해였다. 건강도, 믿었던 사람들, 사랑, 일 모두. 하루하루가 정말 참고 참는 인내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올해, 일이 많지만 마음만은 편했던 이유도 2018년 내가 겪었던 악재들에서부터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작년을 돌이켜보면, 인생에 웬 날파리들이 자꾸 꼬였고 그것들은 어느 순간 내 눈과 귀를 막더니 이내 인생에서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내가 원하지도 않은 비련의 주인공이란 타이틀로, 그들이 만든 소설 속 악마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그것들을 해명하며 시간을 보냈겠지만 그것들에 대해 딱히 부정하지도 않았고 해명할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모든 것들이 피곤하고 지긋지긋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바뀌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기에 상처를 받아도 아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는 사이 내 몸과 정신, 경제적인 상황은 점점 더 파괴되가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실려가고 매일매일이 일이었고 하나둘씩 떠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사랑도, 인간관계도, 일도 모든 것들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2018년 12월 마지막, 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응급실에 누워 있으면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비참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오롯이 혼자서 겪어야만 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모든 것들을 오롯이 혼자 겪었기에, 2019년엔 모든 것들을 미련 없이 정리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2018년, 내가 가장 착각했던 한 가지에 대해서.
나는 내가 똥이었기 때문에 날파리가 꼬인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별로여서, 내가 가진 것이 없어서 등등... 모든 원인을 나에서부터 찾았다. 근데 꽃이어도 날파리는 꼬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인생에서 그것의 이유를 찾는 것만큼 덧없고 쓸데없는 건 없었다. 그렇기에 그 시간 동안 그 진리를 알았다는 것만 해도 2018년은 값진 시간이었다. 그 깨달음을 시작으로 나는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맞지 않는 삶과 가치관을 강요하는 친구들을 서서히 만나지 않았고 나에게 스트레스 주는 요소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손해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잘 한 결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고, 만나는 친구들은 비록 한정되어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스트레스는 있지만 작년만큼 심하진 않았고 아팠던 몸은 서서히 낫기 시작했다. 그냥 다시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만큼 강해진 것일까? 아직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