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by 염군




■ TODAY'S FASHION

- 8년째 잘 입고 있는 빈티지 피쉬테일

- 그레이 멜란지 20FW 인스턴트펑크 맨투맨

- 오늘의 가방은 모노클 X 미스터 포터 가방

- 신발은 프로스펙스 어글리 슈즈


■ TO-DO LIST

- 신입사원 OJT

- 업무 KPI 달성하기




AM 09:30


별 다른 특별 이슈 없이 업무를 시작한다. 어제자 업무량과 생산성을 체크한다. '음, 별 무리 없구먼.'

그 와중에 제법 계약직 사람들하고 많이 친해졌다.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귀찮았는데 어느덧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조금은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참내.


다행인 건지 업무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간다. 웃긴 건, 어느 순간 내가 이 업무를 즐기고 있다는 거였다. 목표 KPI를 설정하는 건 기본이고 더 정확하게 업무를 마치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순간 발견하면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진다.




문득 안 사실이 있다면 난 욕심이 많은 사람라는 것이다. 그리고 욕심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웃기게도 '안정'을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됐다.


2017년 2월, 첫 독립을 했을 때 나는 정말 무일푼으로 집에서 나왔다. 물론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비싼 보증금에 싼 월세집을 구할 순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고 (그래, 그게 없는 사람들도 있지.) 취준과 자취생활을 동시에 해야 했던 나는 알바 3개를 번갈아 가며 취직을 준비했고 그 와중에 갖가지 면접을 보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게 첫 회사를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가장 최하의 연봉을 받으면서 1년을 버텼다. 그때 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버텼나 싶을 정도로 '처절하게' 버텼다. 어려운 살림에 투잡을 했고 그 와중에 부모님께 이야기 하긴 싫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1년 반 사이에 나는 두 번의 이직을 했고 더 높은 위치로, 더 높은 돈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나의 절박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시키면 닥치는 대로 다 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더 이상 추운 집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자고 월세 걱정하며 사는 옛날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내 삶의 안정은 결국 돈이었으니까.


그런데 요새 돌이켜보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많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만 소모되어 갔다. 나를 소모하면 할수록 뭐만 하면 내가 화두가 됐고 뭐만 하면 나만 욕을 먹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사람은 나였지 그들이 아니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나를 지키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하소연을 해봤자 돌아오는 화살을 맞고 상처를 입는 건 나였다.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돈? 명예? 사랑? 친구?


나는 내 행복을 '일'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일에 있어 인정받고 그것에 맞는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친구들과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들을 잃고 나니 그것이 참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다. 워커홀릭도 '자신의 삶'이 있어야 한다. 그 삶을 잃는 순간 인생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게 된다.

3년 동안의 삶에서 나는 오롯이 일이 1순위였고 돈이 1순위였다. 그것이 나의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의 안정을 주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이젠 조금 아는 것 같다. 나를 지키지 못하면 일도, 사랑도, 돈도 모두 소용이 없다. 결국 나락으로 빠질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급함을 버리고 나를 위한 삶, 나를 위한 시간, 나에 대한 집중을 할 때 인 것 같다. 남들보다 빠를 필요도 없고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눈물을 흘릴 필요도 없다. 지금의 나는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플랜을 다시 짜야한다. 누구보다도 행복해야 할 나의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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