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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 Jul 05. 2021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게 알려줘요


 오래전 내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뻥 뚫린 공허는 두 손을 모아 얹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다. 올린 손 틈 사이로 아린 바람이 새어 들어가고 나간다. 시린 바람이 지나다니며 영혼에 보이지 않는 상흔을 남긴다. 마음에 조용한 출혈이 일어난다. 너무 아프다. 그럴 때면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쉰 채 잠시 호흡을 멈춘다. 고통이 잠잠해질 때까지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버틴다.


 그런 순간이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공허를 이제는 운명처럼 끌어안고 살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가슴에 칼을 꽂고 사는   나을 거란 생각이 드는. 최근 먹던 약이  떨어져 가슴의 빈자리가 쑤시듯 아파   드는 밤이면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새벽에도 그랬다.  공허만 채울  있다면 칼을 여러 자루라도 가슴에 꽂고  테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다지 나쁜 방법은 아닌  같다. 아니, 오히려 그러지 못해서 나는  불행한지도 모른다.


 아프다.
 우울하다.
 외롭다.
 시리다.
 슬프다.
 허무하다.
 공허하다.
 허전하다.
 헛헛하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잠이  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서 울었다. 입안이 온통 텁텁하고 짰다.  우는지도 모르면서 눈물을 닦았다. 멀쩡히 살다가도  번씩 이럴 때면 차라리 죽고만 싶다. 삶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죽고 싶지 않으면서도 지금은 너무 아파서 진심으로 죽고 싶었다. 그냥  아프고 싶었다. 웃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웃어도 아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아프다. 너무 아팠다.  아픈지도 잊고 살면서 습관처럼 아프다는 사실이 우습다. 도대체 나는 언제까지 가슴에 구멍을 진 채 살아야 할까.


 오늘도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다. 누워서 스마트폰만 만지작 대다 이내 집어던지듯 침대에 내려놓았다. 애꿎은 화풀이를 한 셈이다. 신경질 적으로 눈을 감으며 이마와 눈꺼풀의 중간 즈음 한쪽 팔을 올려놓는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묵직한 무게감이 나를 안정감 있게 누른다. 한숨 쉬듯 날숨을 깊이 내뱉는다. 조금 신경질이 나기도 하지만 굳이 행동으로 표출하진 않는다. 슬쩍 올려둔 팔을 들고 고개를 돌려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3시다. 아,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바로 잠들면 아침까지 몇 시간이나 잘 수 있는지 계산해본다. 기껏해야 3-4시간이다. 빨리 자야지, 자야지 하는데 또 잠이 안 온다.


 사람도 기계처럼 전원을 끄고 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쉬고 싶을 땐 전원을 꺼버리고 며칠은 그 상태로 있고 싶다. 잠자는 것도 맘대로 되지 않는 삶이라니. 모두가 잠든 새벽 왜 나는 홀로 잠 못 이루는가. 잠들지 못하면 괜히 생각만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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